[쿠키 정치] 검찰의 '박연차 로비 의혹' 수사가 노무현 정권의 핵심을 향하고 있지만 여권의 표정에는 '강 건너 불구경'으로 치부할 만큼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출국 금지 사실이 알려지자 검찰 수사가 여권 핵심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권의 핵심 의원은 10일 "최근 천 회장과 관련된 일부 심각한 내용이 청와대에 보고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천 회장 이름이 거론될 때만 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여권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여권 내부에선 박 회장이 지난 대선 당시 천 회장에게 거액의 자금을 건넸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최측근으로 대선 캠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천 회장이 박 회장으로부터 불법 대선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자체가 현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대선자금 수사로까지 비화되면 여권에 미칠 파장은 '메가톤급'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부에선 박 회장이 천 회장뿐 아니라 다른 루트, 즉 'MB캠프' 다른 유력 인사를 통해서도 대선자금을 건넸다는 설도 돌고 있다.
하지만 천 회장은 이날 "(박 회장으로부터)대선 때든, 국세청 세무조사 때든, 검찰조사 때든 언제든 10원 하나 받은 적이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어 "박 회장은 친동생 같은 아이"라고 언급한 뒤 "박 회장이 세무조사를 받는데 인간 정의상 어떻게 안 갈 수 있느냐"면서 "'형님
도와주이소'라고하면 내가 '알아볼께' 이 정도로 얘기한 게 전부"라고 설명했다. 그는 "출국금지 조치가 왜 이뤄졌는지 모르겠다. 억울하다"고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지도부는 일단 이번 수사를 4·29 재·보궐선거의 호재로 삼는 분위기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번 사건을 '노무현게이트'로 명명하며 "노 전 대통령은 옛날 미국 드라마 제목대로 '600만불의 사나이'가 됐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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