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주 동행 취재] “탈당은 잘못했지만 밀어줘야재∼”

[정동영 전주 동행 취재] “탈당은 잘못했지만 밀어줘야재∼”

기사승인 2009-04-12 21:44:01


[쿠키 정치] 정동영(DY) 전 통일부 장관이 민주당 탈당 및 전주 덕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다음날인 11일 전주 유권자들의 마음 속에는 '전주의 인물' 정동영에 대한 변함없는 기대와 탈당에 대한 실망감, 또 민주당에 대한 애증 등이 복잡하게 엇갈리고 있는 듯했다.

이날 오후 3시 전주시 덕진구 팔복동에 위치한 휴비스 공장 앞 잔디밭. 화창한 봄햇살 아래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에 참가한 아이들이 선거유세를 나온 정 전 장관에게 몰려들었다. 15대와 16대 총선 이후 6년간 지역구를 비웠지만 고향 덕진 사람들은 그를 웬만한 톱스타 부럽지 않게 반겼다. DY와 인사를 나눈 최은하(38·동산동)씨는 "꼭 이웃집 오빠 같고, 슈퍼나 식당 주인같이 푸근하다"고 말했다.

DY를 지지하는 덕진 사람들의 속마음에는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홀대받았다는 소외감과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을 위해 큰소리쳐 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정서가 깔려 있었다.

완산구 고사동 '걷고싶은 거리'에서 만난 김윤기(64·시계방 운영)씨는 "DJ 죽어라 밀어줬는디 전매청은 남도로 가고 새만금도 신경 안 쓰고, 우리 북도는 데리고 온 자식이여"라며 "탈당은 잘못했어도 크는 과정잉게 밀어줘야지 어쩔 것이여"라고 말했다. 전주역 근처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52·여)씨는 "서울에서 놀아야지 왜 내려왔으까이"이라면서도 이내 "울며 겨자먹기로 찍어야지 어쩌겄어. 대통령 만들어야지"라고 사투리를 쏟아냈다.

덕진의 이웃인 완산 사람들 정서도 비슷했다. 이날 전주고에서 열린 민주당 완산갑 공천 경선장에서 만난 송모(43·진북동)씨는 "정동영씨가 전북을 위해 뭔가 하나는 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덕진과 달리 신랄한 비판이 곁들여졌다. 중앙동의 한 옷가게에서 새 옷을 정리하던 박세진(38)씨는 "애초부터 도피성으로 해외에 나갈 것이 아니라 일찌감치 내려와 활동했어야 했다. 도대체 전북을 위해 한 일이 뭐냐"라며 "전북의 아들 운운하는데 그런 지역감정 유발하는 촌스런 표현 쓰지 말라"고 일침을 놨다. 택시기사 김모씨도 "자기 출세만을 위해 또 나온거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전주 중앙시장에서는 '전주 정치 아마 9단'들이 펼치는 완산갑 재선거 전망을 들을 수 있었다. DY측 연계 무소속 후보가 민주당 공천자인 이광철 후보와 대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었다. 안상록(52·서신동)씨는 "최루탄 냄새를 안 맡아 본 놈들은 이해를 못혀. 난 이광철이여"라고 잘라 말했다. 전주고 출신 권모(65)씨도 "지난번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무영이만큼 오랫동안 다져놓은 사람 아니면 무소속 힘들 것"이라고 거들었다.

반면 '머리에 털 나고 투표를 한번도 안 빼먹었다'는 김용안(48·태평동)씨는 "예전에 민주당 공천 받으면 100에 70은 먹었는데 이제는 잘해야 50"이라며 "(DY 영향력)무시허믄 쓰간디. (사람들이 투표하기) 까시랍제(까다롭다의 사투리)"라고 반박했다.

젊은 층은 투표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걷고싶은 거리'의 이동통신 점포에서 일하던 조모(29·여·송천동)씨는 "뭣허러 투표허요. 다 똑같은디""라고 무뚝뚝하게 답했다. 전주=국민일보 쿠키뉴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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