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아토스, 라비타, 구형 베르나, 옵티마, 쎄라토….
국내에서는 이미 단종된 차들이다. 그러나 이들 '노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무대를 해외로 옮겨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가 심한 신흥시장에서 각 업체들의 시장 저변 확대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1분기 터키 승용차시장 점유율 14.9%를 기록, 판매 1위 업체에 올랐다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1분기보다 56.6% 늘어난 1만186대를 팔았다. 이중 라비타(수출명 매트릭스)는 697대가 팔려 지난해보다 182.2% 증가했다. 라비타는 2001년 4월 국내 시장에 첫선을 보인 뒤 이듬해 1만대 이상 팔렸다. 하지만 한국 소비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해치백 스타일이란 한계를 넘지 못하고 2006년 연간 387대로 판매가 급감, 결국 2007년 2월 단종됐다. 현대차는 그해 4월 터키로 생산라인을 옮겼다. 현재 라비타는 터키는 물론 러시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에 수출되고 있다.
2003년을 끝으로 국내에서 퇴장한 800㏄급 경차 아토스는 인도 '국민차'로 자리잡았다. 아토스는 상트로라는 이름을 달고 인도에 출시된 이후 지난달까지 141만대 팔렸다. 현대차가 인도 2위 메이커로 부상한 데는 아토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중국에서는 아반떼XD와 EF쏘나타가 여전히 주력 제품이다. 현대차는 올 1∼3월 해외에서 49만4317대(반조립제품 포함)를 팔았다. 이 가운데 17.6%인 8만7155대가 국내 공장에서 사라진 차종이다.
기아차는 같은 기간 국내 단종차량 2만8030대를 해외에서 팔았다. 해외 전체 판매(20만8603대)의 13.4%에 해당한다. 중국 공장에서는 옵티마(국내 생산 2000.7∼2005.9), 카니발Ⅱ(2001.2∼2005.10), 쎄라토(2003.11∼2008.7) 등을 내수용으로 생산하고 있다. 가장 최근 단종된 쎄라토는 지난 1분기 중국에서 2만1103대 판매고를 올리며 식지 않은 인기를 과시했다. 이밖에 리오는 이란, 프레지오는 말레이시아에 반조립제품으로 수출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시장 변화에 맞춰 생산을 멈춘 차들도 신흥시장에서는 효용가치가 충분한 경우가 많다"며 "시장 수요가 다양하다 보니 구형과 신형 차종을 함께 파는 것이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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