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사채 피해가 계속되는 것은 일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수 없어 사채의 문을 두드리는 신용등급 7∼10등급인 저신용자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저신용자는 816만명에 달해 사상 처음 800만명을 넘어섰다. 고리사채로 인한 피해 상담과 신고도 지난해 4075건으로 2007년보다 19.1% 증가했다.
단속·각종 대책 불구 피해 여전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시로 고리사채업자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고리사채 피해는 줄지 않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은 “수천 명을 검거해도 대부분 약식기소돼 벌금형을 받고 풀려나 또 영업을 한다”며 “고리사채업자들이 처벌을 받으면 ‘다시는 안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벌백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복을 두려워해 제대로 신고도 못하는 피해자들도 많은 만큼 보복 위협 등을 한 업자들은 특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관리·감독의 실효성 문제도 제기된다. 중앙정부가 대부업 등록 등을 지자체에 맡겨두는 현행 구조에선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피해 근절을 위해 직접 나선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검·경이나 금융당국의 개별적 단속이 아나라 관련 기관·부처가 모두 참여하는 대대적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조성목 금감원 서민금융지원실 부국장은 “관련 정부 부처와 민간기관들까지 포함된 종합적이고도 상시적인 합동단속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2∼3개월 만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단의 대책 고민 나선 정부
고리사채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서민들의 막힌 돈줄을 열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불법 대부업체에 가지 않고서도 돈을 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생계비나 학자금 등 긴급생활자금을 대출해 줄 수 있는 생활자금대출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리사채 문제 해결 지시를 받은 금융위는 금감원과 함께 특단의 대책 마련을 고민중이다. 상당수 피해자들이 생활정보지나 인터넷 등을 통한 광고를 보고 사채의 문을 두드리는 만큼 생활정보지와 인터넷 포털업체 등에 등록 대부업체 위주로 광고를 게재하도록 협조를 구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리사채로 피해를 본 이들의 형사·민사적 대응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고리사채 피해자들은 가족에게도 쉬쉬하며 개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적절한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법원의 개인회생제도, 재산담보부 생활급여제, 저신용자 대출 보증제 등 정부가 이미 마련한 서민 지원책과 ‘서민금융 119’ 사이트 등 도움이 되는 정보의 홍보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법률구조공단에 변호사 인력 등을 지원해 취약계층의 개인회생·파산신청 등을 돕는 안도 고려되고 있다. 파산신청 비용 마련을 위해 다시 사채의 문을 두드리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이같은 대책만으로는 고리사채 피해를 줄이는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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