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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본보의 보도(4월13일자 9면)로 널리 알려진 ‘집 없는 아이’ 소희(가명·12·여)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작지만 소중한 집이 생겼다.
소희는 마냥 행복한 모습이었다. 이제 밤 10시30분이면 학원 건물 앞에 찾아갈 일도 없어졌다. 길게 늘어선 노숙인 뒤에서 식사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추위에 떨며 잠들 필요도 없다.
화창한 봄볕이 비치는 16일 오후 서울 신길동 한 주택가의 골목길은 이삿짐을 옮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모퉁이에 있는 방 두 개 달린 10평 남짓한 1층 공간은 소희네 집이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 부엌과 욕실도 있다. 소희는 “이제 밖에서 자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동생들과 밤새 잠을 설쳤다”며 설레는 마음을 전했다.
이사를 도운 민간봉사단체 ‘행동하는 양심’ 회원들은 이른 아침부터 여기저기 흩어진 소희네 짐 꾸러미를 모으느라 바빴다. 노숙 생활이 길어지면서 지인에게 맡겨둔 짐을 찾는 데도 몇 시간이나 걸렸다. 지난 3개월 동안 소희네가 생활했던 옥상도 깨끗하게 정리했다.
소희네 집은 행동하는 양심에 후원품으로 들어온 TV, 컴퓨터 등 가전제품과 가구들로 하나 둘 채워졌다. 커다란 냉장고는 좁은 골목을 지나 다행히 대문을 통과했으나 현관문이 작아 자원봉사자들이 진땀을 뺐다. 자원봉사자 이기홍(43)씨는 “한 가정에 새로운 꿈을 줬다는 사실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삿짐을 나르는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소희 엄마는 오랫동안 비워져 있던 방 바닥과 벽을 수십번씩 걸레질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네 남매는 아직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다 엄마의 일을 거들었다. 소희 엄마 황모(37)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이 가장 기쁘다”면서 “이제 집이 생겼으니 직업도 갖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말했다.
지난 12일까지만 해도 학원건물 옥상 앞 공간에서 부둥켜 자던 소희네는 본보 보도 이후 각계에서 쏟아진 도움의 손길로 이사할 수 있었다. 첫째딸 주희(가명·17·여)는 후원금으로 학원까지 다닐 수 있게 됐다. 학교에서 돌아온 주희는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열심히 공부하겠다”며 눈물을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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