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19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리는 미주기구(OAS) 37개 회원국 정상회담차 출국한 오바마는 16일 멕시코시티에 들러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과 먼저 회담했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다. 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의 우선 관심사는 며칠 전 오바마가 단행한 쿠바계 미국인의 쿠바 여행 및 송금 자유화 등 일련의 화해조치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미국과 쿠바간 관계정상화 가능성이었다.
칼데론이 먼저 입을 뗐다. 그는 “47년간이나 된 미국의 쿠바 금수조치가 쿠바 정권을 변화시키도록 압박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는 “최근 쿠바에 취한 완화조치들은 미국이 양국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쿠바 정부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쿠바가 인권존중, 언론 및 종교 자유, 정치참여 등의 자유화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며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일정한 조건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은 같은 날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쿠마나에서 주최한 회담에서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인권, 정치범, 언론자유를 포함한 모든 것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뒤 이를 미국 정부에 공식·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오바마가 OAS 회담기간 중 중남미 좌파 블록을 주도하며 반미에 앞장서 온 차베스와 개별 회동할 수 있을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오바마를 수행 중인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내가 대통령에게 다가서면 언제나 대화가 이뤄진 것처럼 그(차베스)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런 가운데 차베스는 OAS 회담을 앞두고 마련된 선언문 초안에 쿠바 문제가 언급돼 있지 않다는 이유로 선언문 채택을 거부하겠다고 주장했다. 차베스는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OAS에서 쫓겨난 쿠바를 재가입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편 오바마는 출국에 앞서 CNN과의 인터뷰에서 “시대가 변했다. 더 높은 파트너도, 낮은 파트너도 없다”면서 미국과 중남미간 평등한 입장의 새 시대 출범을 선언했다. 그는 중남미 국가에 대한 내정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해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시절의 일방주의를 타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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