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MBC ‘신데렐라맨’의 마법이 벌써 풀리고 있다. 시청률도 최악이지만,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뼈아프다.
시청률조사회사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신데렐라맨’은 15일 방송된 첫 회 시청률이 9.3%를 기록했다. 동시간대 라이벌인 SBS ‘카인과 아벨’과 KBS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이미 시청률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그리 나쁘지 않은 결과다.
문제는 2회 시청률이다. 전일 방송보다 2.6% 포인트 떨어진 6.7%였다. ‘신데렐라맨’ 첫 회를 본 시청자들 중 30% 가까운 시청자들이 2회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카인과 아벨’은 ‘신데렐라맨’ 첫 회가 방송된 15일 17.4%의 시청률에서 16일 18.9%로 하루 만에 다시 시청률이 올랐다.
하지만 사실 시청률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시청률이 낮더라도 드라마의 연출과 스토리 전개가 뒷받침 된다면 얼마든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맨’의 더욱 큰 문제는 드라마 완성도에 물음표를 제시하는 반응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마찬가지다.
결국 ‘신데렐라맨’은 방영 초반부터 시청률 부진과 드라마 완성도 비판이란 혹독한 현실에 직면했다.
△시청률 더 나아질 기미도 안 보인다=사실 이제 막 새로 시작한 드라마가 처음부터 시청률 호조를 보이면서 출발하기는 어렵다. 이미 동시간대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는 드라마가 존재하고 있고, 지상파 방송사들이 치열한 편성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데렐라맨’의 초반 시청률 부진도 마찬가지다. 이미 ‘카인과 아벨’이 소지섭을 내세워 20대 여성 시청자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고, 30대 이상 중장년층 시청자들은 ‘미워도 다시 한 번’의 통속극 재미에 빠져 있는 상태다.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각도 자체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신데렐라맨’이 ‘카인과 아벨’, ‘미워도 다시 한 번’이 종영된다고 하더라도 시청률 상승곡선을 타기 쉽지 않은 현실에 처한 것에 있다.
SBS는 ‘카인과 아벨’ 후속으로 ‘씨티홀’을 준비하고 있다. 차승원, 김선아란 주연도 매력적이지만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연인’, ‘온에어’을 만든 신우철 감독과 김은숙 작가 콤비의 5번째 작품이란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KBS도 ‘미워도 다시 한 번’ 후속으로 ‘그저 바라보다가’를 방영할 예정이다. 영화배우 황정민과 김아중의 TV 복귀작으로 벌써부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마디로 ‘신데렐라맨’은 동시간대 라이벌 드라마가 종영되더라도 시청률 반등을 잠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요즘 시청자들의 패턴은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가 아니다. 인터넷에 익숙한 10대와 20대 시청자들은 TV 드라마를 불법 다운로드해서 고화질로 즐기고 있다. ‘신데렐라맨’의 시청률 상승을 막는 또 하나의 적이다.
△조금 더 지켜보기는 하겠지만=초반 시청률 부진도 아프지만, ‘신데렐라맨’의 더 큰 문제는 드라마 퀄리티 자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권상우는 지난 2001년 데뷔 이후 그를 옭아매고 있는 발음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권상우는 ‘신데렐라맨’에서 신분이 다른 주인공 두 명을 1인 2역으로 연기하고 있다. 기본적인 외모는 의상과 분장으로 바꿀 수 있지만, 목소리와 지문 연기는 개인의 능력으로 돌파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자막이 필요하다’며 그의 발음 연기 자체에 일침을 놓고 있다.
실망스러운 반응은 윤아도 마찬가지다.
윤아는 지난해 ‘너는 내 운명’으로 높은 시청률과 연기자 데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지만 높은 시청률은 윤아의 연기력 보다는 유독 일일드라마에 강세를 보이는 KBS의 효과로 봐야 한다. 오히려 박재정의 ‘발호세’ 논란으로 인해 윤아의 연기력 평가 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신데렐라맨’의 윤아는 기본적인 대사 처리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표정 연기의 폭이 좁고 지문 연기가 부족한 편이다. 또래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에 비해 낫다는 평가는 어디까지나 낮은 평가집단을 놓고 이뤄진 결과다. 연기자 겸업을 선언했다면 발전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권상우와 윤아가 연기력 논란으로 비틀거리면 송창의와 한은정 역시 빛날 수가 없다. 기본적으로 4인 주연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조연급 주연이기 때문이다.
물론 성공·실패를 이야기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 권상우와 윤아는 얼마든지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고, 연기력 검증을 넘어설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신데렐라맨’은 지금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일단 첫 주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고, 한 자릿수 시청률에 허덕이고 있다.
더구나 ‘신데렐라맨’의 연출을 맡은 유정진 PD는 영화배우 신하균이 출연한 ‘좋은 사람’으로 별 재미를 보지 못했고, 조윤영 작가 역시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해변으로 가요’에서 그리 완성도 높은 스토리 라인을 그려내진 못했다.
△망해도 신데렐라=하지만 ‘신데렐라맨’은 아무리 한 자릿수 시청률로 쳐지고 연기력 논란이 불거져도 절대 망하지는 않을 드라마다. 이유는 간단하다. 권상우가 일본에서 높은 인지도를 지닌 한류스타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신데렐라맨’이 더욱 걱정스런 이유다. ‘신데렐라맨’의 외주제작사인 코어콘텐츠미디어는 지난달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를 내놓은 바 있다. 권상우와 이범수, 이보영이 주연으로 출연했지만 영화는 전국 70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고작 70만명을 동원하고도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는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권상우는 일본 판권 일부를 나눠주는 조건으로 출연료를 삭감했고, 다른 배우들도 손익분기점 이후 인센티브 조건으로 개런티를 부분 투자했다. 순제작비는 15억 원을 넘지 않았고, 영화는 70만 명을 동원하고도 흑자를 봤다.
‘신데렐라맨’이 초반 시청률 부진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드라마 완성도보다 마케팅에 더 중점을 두고 있지 않나 하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시청률이 아무리 한 자릿수라고 하더라도 권상우의 이름값은 여전히 일본 시장에서 통한다. 윤아는 소녀시대 팬덤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얼마든지 다양한 마케팅 포인트가 도출될 수 있는 점은 ‘신데렐라맨’이 실패해도 실패하지 않는 이유다.
△윤아, 직격탄 맞을 수도=방송가 한 관계자는 “코어콘텐츠미디어의 전작으로 볼 때 ‘신데렐라맨’은 의외로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며 “권상우와 윤아의 파워를 믿고 드라마 완성도를 소홀히 한다면 시청률 부진 극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럴 경우 ‘신데렐라맨’의 실패는 고스란히 주연 배우에게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 ‘신데렐라맨’은 패션을 소재로 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전형적인 트렌디물이다. 출생 비밀과 삼각 관계, 캔디 캐릭터 등에 이르기까지 재탕과 삼탕 포맷이 감지되고 있다. 신승훈과 옥주현 등이 참여한 O.S.T 마케팅도 그대로다.
권상우는 결혼과 상관 없이 아직 고정 팬이 있는 톱스타다. 문제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 이후 흥행 파워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고, 연기력 논란이 아직도 불거질 정도로 성장 잠재력이 정체된 부분이다. 만약 ‘신데렐라맨’이 처참한 시청률도 종영된다면 ‘숙명’,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에 이어 심각한 슬럼프를 겪을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윤아다. ‘너는 내 운명’으로 안정적으로 연기자 궤도에 올라섰지만, ‘신데렐라맨’ 한 방으로 무너질 수 있다. 아직 연기력 자체가 미숙한 배우에게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긴 것 자체가 부담스럽다. 고참 연기자에게 연기를 차근차근 배우면서도 책임은 어느 정도 면할 수 있는 주말연속극 내지는 사극 조연 정도가 오히려 적당할 수 있다.
권상우가 ‘천국의 계단’ 이후 다시 브라운관의 흥행 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까? 윤아는 초보 연기를 벗고 정말 신데렐라가 될 수 있을까? ‘신데렐라맨’이 열쇠를 쥐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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