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공금을 횡령해 조성한 비자금 12억여원의 원천은 청와대 특수활동비다. 검찰은 이 특수활동비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관련됐는지 수사중이다.
특수활동비는 어디에 썼는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이른바 '묻지마 예산'이다. 돈을 타가는 사람은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고 서명만 해도 된다. 사용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아도 무방하다. 올해 청와대 예산 약 700억원 가운데 117억원이 특수활동비다. 2007년 111억원, 지난해 115억원으로 매년 조금씩 늘었다. 청와대는 지난해 211억원을 달라고 국회에 요구했으나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정씨가 돈을 빼낸 시기인 참여정부 초·중반에도 매년 약 100억원의 특수활동비가 청와대로 들어갔다. 그가 이 예산의 익명성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했으리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러나 정씨가 단독으로 특수활동비를 빼냈는지, 노 전 대통령이 관련됐는지 등은 의문이다. 수년간 손대지 않고 쌓아둘 자금을 왜 미리 마련했는지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할 대목이다.
정씨가 특수활동비를 빼낸 방법도 규명 대상이다. 사안별로 직원들에게 배정해야 할 특수활동비에서 정씨가 돈을 빼돌릴 여지가 충분했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횡령 당시 (돈을 빼돌린) 예산 항목이 어떤 식으로 지정됐는지 당시 총무비서관실 직원을 불러 조사했다"고 말했다.
정씨가 특수활동비 외에 업무추진비까지 횡령한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업무추진비는 특수활동비와 함께 업무지원비 항목 아래 편성된 예산이다. 사용 내역을 공개해야 하므로 비자금 조성은 어렵다. 물론 정씨가 영수증을 조작해 노 전 대통령 몫의 업무추진비를 따로 빼냈을 가능성은 있다. 청와대 업무추진비는 2007년 30억원, 지난해 33억원이었다. 올해는 지난해 예산과 같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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