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22일 방북 계획을 취소했다. 전날 남북 당국자간 접촉에서도 별 소득이 없었는데 바로 이어서 개성공단을 찾는다고 한들 나올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조 사장은 대신 개성공단 사업소에 체류중인 직원 40여명을 통해 현지 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임원 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응책 등을 논의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상황 파악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나머지 문제는 우리 손을 벗어나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에겐 초대형 악재의 연속이다.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총격 사망 사건, 그해 12월 북측의 개성관광 중단 결정, 올 들어서는 개성공단 통제 강화 등이 겹치면서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순환 휴직, 재택근무제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지만 내부 힘만으로 난관을 넘기엔 벅찬 실정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매출 손실액만 1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개성공단에서 모두 20여건, 979억원 어치의 공사를 수주했지만 올해는 한 건도 수주하지 못했다. 개성공단을 첨단 복합단지로 육성하려던 2, 3단계 개발 계획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여기에 북측은 2004년 현대아산, 한국토지공사와 맺었던 개성공단 토지임대차 계약을 재검토하자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현대아산은 북측 중앙특구지도개발총국과 공단 1단계 330만㎡(100만평) 토지에 대해 50년간 사용한다는 계약을 맺고 임차료 1600만달러 지불을 완료한 상태다.
그렇다고 기업의 존립 근거인 대북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다. 1998년 금강산 관광을 시작한 이래 개성공단과 관광 사업에 모두 1조7800여억원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개성공단 투자비만 8000억원에 달한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선대 회장 때부터의 유지인 대북사업에 대한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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