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고작 12척의 함선으로 적함 133척을 상대하러 나선 명랑대첩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진정한 군인정신 아닐까요? ‘또래상담 도우미’들이 양성되면 군사고 예방에도 일조하겠지만 이순신 장군의 군인정신 같은 자신감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차명호(45·사진) 한국군상담학회장은 오랫동안 상담학을 전공하며 체득한 공력(工力)이 느껴지는 달변가다. 2007년 6월 창립된 군상담학회 초대 학회장으로 군내 상담교육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간부를 상대로 한 상담교육도 진행했지만 3000명이 넘는 또래상담 도우미를 양성한 것이 그가 내세우는 최대 성과다.
지난 21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명월리 15사단 정훈참모실에서 만난 차 학회장은 군대의 특수성부터 설명했다. 그는 “민간 영역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가 수평적 관계에서 상담을 진행하지만 군대에서는 ‘계급장 떼고’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 점이 상담교육을 처음 시작하면서 느낀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회고했다. 평소 상담전문가를 기를 때 가르치는 각종 기법이 군대에서는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차 학회장은 “간부의 리더십 만으로 병사들의 심리적 어려움까지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또래상담 도우미로부터 상담을 받은 병사들이 군대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면 이것이 자신감으로 이어져 전투력 향상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20대 초반 병사들을 ‘관계 단절의 세대’라고 정의했다. 어린 시절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을 경험해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인간 관계 역시 마찬가지’라고 인식하는 병사들을 상담을 진행하며 숱하게 마주했기 때문이다. 그는 “상담전문가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전문적인 상담 기술이 아니라 내담자에 대한 무한한 존중심과 배려”라며 “이를 배운 또래상담 도우미가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면 젊은 세대의 부정적 가치관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차 학회장은 마지막으로 “상담교육을 진행하고 난 뒤에 해당 부대 간부들로부터 ‘교육 이후에 군내 분위기가 부드러워지고 병사들의 전투력도 향상된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교육 참가자들이 익힌 대화의 기술은 전역 후 사회생활을 할 때도 굉장히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천=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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