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사단 ‘또래상담’ 도우미 교육 현장에 가다

15사단 ‘또래상담’ 도우미 교육 현장에 가다

기사승인 2009-04-24 17:00:01


[쿠키 사회]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감입니다. 공감은 내 신발을 잠시 벗고 남의 신발을 신어보는 겁니다. 전우의 신발이 젖어 있지는 않은지, 불편하지는 않은지를 살피는 과정입니다. 내담자의 눈을 보세요. 상대방의 고민을 받아적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경청하고 공감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지난 21일 강원도 철원군 근남면 마현리 15사단 39연대 내 산돌교회에서는 문영주(39·여) 한국군상담학회 운영위원이 ‘군 또래상담 도우미 교육’을 진행했다. 전날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교육에 참가한 병사는 모두 15명. 이들은 문 위원의 한마디 한마디를 쉼없이 노트에 옮겨적으며 향학열을 불태웠다.

◇‘또래상담 도우미’ 만들기=문 위원의 설명이 끝나자 3∼4명씩 조를 짠 병사들이 일어서서 소속 부대를 홍보하는 내용의 짧은 콩트를 선보였다. 문 위원이 전날 장병들에게 직접 만들도록 지시한 코너였다. 상담 도우미가 될 이들에게 군 생활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김영호(21) 상병 등 4명이 맨 먼저 나와 모 이동통신사 광고음악을 ‘군대에 가면 남자가 되고, 15사단 가면 승리할 수 있고, GOP가면 한국남자 1%, 우리 부대 사랑하자’로 개사한 노래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김 상병은 “이틀 동안 각종 상담 기술도 배우고, 반대로 내가 내담자가 돼서 동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과정을 거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며 “부대에 복귀하면 동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 상병을 비롯한 참가자들의 왼쪽 가슴에는 ‘만인의 연인’, ‘쿨가이’ 등 각기 다른 글귀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병사들이 상담 도우미로서 지향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담아 직접 지은 별명이었다. 김 상병의 별명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커피 같은 상담 도우미가 되겠다는 뜻의 ‘커피 같은 남자’였다.

◇군 사고 예방 특공대가 떴다= 한나라당 김학송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군 자살자 숫자는 75명에 달했다. 2002년 79명이었던 자살자 수는 조금씩 줄어 2005년 64명까지 감소했으나 다시 증가, 2007년에 80명에 이르기도 했다.

군상담학회는 자살사고를 비롯해 탈영, 부대 내 폭력 등 각종 사고를 상담을 통해 예방하자는 취지로 2007년 6월 만들어졌다. 특히 학회에 소속된 상담 전문가 260여명은 지난해 8월부터 15개 사단 및 여단을 돌아다니며 ‘상담 도우미’ 양성에 매진했다. 이들은 병사들이 간부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고민을 같은 내무반에서 생활하는 동료에게 털어놓고, 이들로부터 조금이나마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다면 군 사고가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위원은 “상담교육을 받은 병사들은 동료들에게 버팀목이 되는 동시에 간부와 일선 병사를 이어주는 교량 구실도 해 군사고 예방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상담 교육과정은 병사들이나 간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교육을 받은 이충일(21) 상병은 “지금까지 여자친구와 헤어져 힘들어하는 후임병이 고민을 털어놓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말해줬을 뿐 도움이 되는 얘기를 못했다”면서 “힘들어하는 후임병에게 똑부러진 해법은 제시하지 못하겠지만 상대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같이 아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박상규(44) 15사단 인사참모도 “일정이 1박2일 밖에 안 돼 얼마 만큼 교육효과가 있을까 염려했지만 막상 병사들이 배우는 모습을 보니 상담 도우미로서 갖춰야 할 기본기를 훌륭하게 연마한 것 같다”며 “이들이 복귀하면 전투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철원=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뭔데 그래◀ 김연아 연예인급 행보, 문제 없나

박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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