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멕시코에서 발생한 돼지 인플루엔자가 국경을 넘어 미국은 물론 유럽 아시아 등지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지구촌에 비상이 걸렸다. 별다른 예방 백신이 없는데다 한번 퍼지면 무차별 집단 발병하는 특성으로 인해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진원지 멕시코, 혼돈 속으로=멕시코 정부는 25일(현지시간) 오전 비상포고령을 발표하면서 지난 24시간 동안 추가 사망자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발표 수시간 뒤 사망자는 68명에서 81명으로 13명 늘어났다. 특히 수도권에 한정됐던 감염자가 북부의 산 루이스 포토시 주와 이달고 주 등 최소 6개 주에서도 확인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인구 2000만명의 수도 멕시코시티는 전쟁의 포화를 맞은 듯 교통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등 공포의 도시로 변모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각종 문화 스포츠 공연 등 550여개 행사가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보건부와 교육부는 멕시코시티와 주변 멕시코 주의 3만개 교육기관에 28일까지 내렸던 휴교령을 다음달 6일까지 연장했다. 보건당국은 사람들 통행이 많은 도로 지하철 버스 등에서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불똥 튄 미국, 오바마도 위험할 뻔=캔자스와 캘리포니아 주 등지에서 지금까지 11명이 돼지 인플루엔자에 감염됐으나 입원한 사람은 2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 사회는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다. 지난 16일 멕시코 인류학박물관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안내를 맡았던 펠리페 솔리스 관장이 다음날 갑자기 감기증세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백악관 측은 솔리스 관장이 당시 오바마와 악수를 했으나 대통령 건강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정부는 26일 오후 백악관에서 국토안보부 장관, CDC 소장 등이 참여한 대책회의를 연뒤 긴급 기자회견을 가지는 등 비상이 걸렸다.
미국 환자들은 사업 또는 관광목적으로 멕시코에 갔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뉴욕시 퀸스의 학생 75명이 A인플루엔자 증세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이들 중 몇몇 학생이 4월 초 봄방학 때 멕시코 칸쿤 여행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인듯 보인다.
멕시코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사태의 악화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역병 전문가들은 최초 집단 감염이 3월 말 감지됐고, 4월 중순쯤 건강한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쓰러져 사망했지만 지난 24일에야 학교 폐쇄 등의 조치를 취했다는 것.
◇WHO와 각국 대책=세계보건기구(WHO)가 25일 제네바에서 긴급위원회를 개최한 것은 돼지 인플루엔자가 자칫 세계적 역병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마거릿 찬 사무총장은 이런 점을 특히 강조하면서 각국에 질병에 대한 보고와 감시를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WHO는 26일에도 각국에 여행 및 무역제한 등 권고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유럽과 아시아 각국들도 앞다퉈 대책 마련에 나섰다.
유럽연합측은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각각 2명과 3명의 의심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유럽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는
북미지역을 다녀온 모든 사람들에 검역을 실시하는 한편 미국과 멕시코에서 수입된 돼지고기에 금수조치를 내렸다.
중동 지역에선 20대 이스라엘 청년이 첫 감염 증세를 보였고, 뉴질랜드에서는 멕시코 어학연수를 다녀온 학생과 교사 25명 중 10명이 감염됐을 가능성이 커 시간이 갈수록 지구촌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본, 인도네시아 등은 각 공항의 멕시코발 항공편 게이트에 체온계를 설치했다. 중국 당국은
인플루엔자 발생 지역에서 2주일 내 귀국한 여행객이 증세가 나타날 경우 격리 치료할 것을 지시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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