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아내가 한 일이다. 나는 몰랐다.”(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과 아들이 받아 썼는데 몰랐을 리 없다”(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
노 전 대통령과 검찰이 장외에서 벌인 팽팽한 신경전은 30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자백하지 않더라도 사법처리에는 문제가 없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법원이 검찰의 손을 들어줄 지는 미지수다.
법원은 배우자나 자식 등 가족이 뇌물을 받았지만 본인은 몰랐다고 주장할 경우 전후 상황과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무죄를 판단하고 있다.
1996년 산업은행에 근무하면서 대출 승인을 요구하는 기업인으로부터 자신의 아내를 통해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당시 53세)씨의 경우 1심에서는 유죄,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항소심의 경우 “결혼생활이 원만치 않아 남편 몰래 돈을 받아 보관했다”는 부인의 진술과 김씨 부부가 한차례 별거했던 적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남편 김씨가 몰랐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 부인의 진술은 가까운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의 진술이기 때문에 믿기 힘들고 돈을 건넨 기업인이 김씨의 사생활까지 챙겨서 도와줬던 만큼 돈을 건넨 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리 없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이 판례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이 끝까지 부인하더라도 박 회장이 진술을 번복하지 않는 한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권양숙 여사의 진술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권 여사가 돈 받은 사실을 노 전 대통령에게 숨겼어야만 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딸이 뇌물을 받은 다른 사건에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임모씨는 2007년 주택재개발조합장 조모(67)씨에게 분양 관련 청탁을 하기 위해 조씨 딸에게 1억5000만원을 건넸다. 조씨는 딸이 돈을 받은 사실을 모른다고 주장했고, 딸 역시 돈을 보관해 달라는 부탁을 들어줬을 뿐 이 사실을 조씨에게 알린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대법원은 조씨가 돈이 전달된 이후 임씨의 청탁과 정반대 방향으로 행동했다는 점과 수뢰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던 시점에 돈을 받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는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의 사업 청탁을 들어주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등이 유무죄 판단에 중요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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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또 연예인 마약… 영구퇴출 해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