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인들 세계 곳곳서 찬밥 신세

멕시코인들 세계 곳곳서 찬밥 신세

기사승인 2009-05-05 17:23:00
[쿠키 지구촌]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인플루엔자 공식 명칭을 ‘인플루엔자 A(H1N1)’로 정했지만, 많은 멕시코인들은 ‘주홍글씨 A’로 부르는 등 자괴감에 빠졌다. 자국민이 가는 곳마다 바이러스 ‘숙주’로 낙인 찍혀 천더꾸러기 신세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아직도 멕시코를 신종 플루 진원지로 삼을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이 바이러스가 유럽, 아시아 등지의 돼지 및 조류와 인간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 첫 감염자는 미국에서 나왔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멕시코는 아직 ‘무죄’다. 그럼에도 가깝게는 칠레의 멕시코 축구팀 입국 거절에서부터 멀리 중국과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국민 격리 사태까지 멕시코인들의 분노를 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종 플루 대응조치로 자국에서 각종 스포츠 경기가 취소되자 멕시코 축구협회는 칠레에서 마지막 남은 선수권 결승전을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칠레 정부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페루, 에콰도르, 쿠바 등 평소 외교·경제 파트너로 지내 온 인근 중남미 국가들조차 멕시코발 항공편을 봉쇄해버리자 멕시코 외교당국이 비통에 빠져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멕시코인들에 대한 중국과 홍콩 당국의 강제 격리조치로 촉발된 외교마찰은 감정싸움으로 비화됐다. 홍콩 주재 멕시코 영사관측은 아시아 최초로 신종 플루에 감염된 멕시코 남자 한명이 묵었던 메트로파크 호텔에 자국민을 격리시킨 차원을 넘어 이 호텔에서 나오는 멕시코인들을 한밤중에 모처로 연행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개월간 멕시코에 체류하지도 않은 멕시코인들까지 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는 캄보디아에 업무차 다녀온 광저우 주재 영사도 포함돼있다.

중국은 멕시코에 체류중인 중국인 200여명을 데려 오기 위해 전세기까지 동원해 4일 밤 멕시코로 떠났다. 전세기는 중국 관광객 120여명과 주 멕시코 중국 대사관이 탑승을 요청한 주재원 가족 80여명을 태우고 6일 오전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에 맞서 멕시코 정부도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도처에 격리 수용돼있는 자국민 70여명을 호송해 오겠다며 전세기를 보냈다.

멕시코인들은 타국이 쓰는 신종 플루 용어에서도 깊은 상처를 입었다. 미 일부 지역에서 ‘멕시코 플루’라고 부르자 수도 멕시코시티 라디오 방송들은 ‘캘리포니아 플루’로 맞받아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지난주말 멕시코 구에레로 주민들이 멕시코시티에서 번호판을 발급받은 자동차 2대에 돌세례를 퍼붓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멕시코 국민들 간에도 지역감정이 악화되고 있다. 구에레로 주민들은 사망자와 감염자의 대다수가 몰려 있는 멕시코시티와 인근 수도권 지역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위해 시위를 벌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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