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옛 전남도청 별관의 철거여부를 둘러싼 5·18단체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5·18민주화운동 29주년 기념행사가 반쪽으로 전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11일 5·18 29주년 행사위원회에 따르면 해마다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추모제를 치러온 유족회가 올해는 옛 전남도청 별관 앞에서 이 행사를 치르기로 했다.
1980년 당시 시민군이 본부로 사용한 옛 도청 별관 보존에 대한 유족회의 ‘사수의지’를 다지고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추모제 장소를 20여년 만에 처음 변경한 것. 5·18기념행사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추모제가 정부 주도의 5·18기념식장이 아닌 별도의 장소에서 열리는 것은 지난해부터 불거진 5월 단체 사이의 첨예한 마찰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대표적 5월단체인 유족회와 구속부상자회가 별관 보존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그동안 5월단체와 더불어 시민참여형으로 진행되던 5·18 행사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실제 5·18유족회와 부상자회 회원들은 4일부터 시작된 5·18 29주년 행사에 냉소적이다. 지난달 ‘민중의 뜻대로! 다시 오월이다’를 슬로건으로 내건 행사위 출범식에 이례적으로 불참한 이들은 14∼16일 양동시장 일대에서 주먹밥 나눠먹기, 마당극, 사물놀이, 헌혈 등의 등 주요 행사들도 보이콧할 태세다.
5·18 추모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는 17일 전야제와 18일 기념일의 국민대회 시민대토론회 등 나머지 굵직한 행사도 파행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유족회와 부상자회가 별관 문제에 대한 불만으로 5·18기념재단 신임 이사장 선출에도 불참하면서 이 재단이 주관하는 광주인권상과 국제평화캠프 행사도 차질을 빚게 됐다.
시민 박모(45)씨는 “5·18민주화운동과 기념행사가 5월단체만의 전유물인 것처럼 비춰져 볼썽사납다”며 ““5·18기념일을 코앞에 두고 5월 영령에게 부끄럽지 않은 기념행사를 치르기 위해 하루빨리 서로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국민일보 쿠키뉴스 장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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