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소설가 황석영씨는 13일 “한나라당이 전국 정당화된 것이 진보”라며 “중도적 입장에서 현 정부와 (큰 틀에서)동참해 가겠다”고 밝혔다. 황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중앙아시아 순방에 진보적 지식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동반해 눈길을 끌었다.
진보진영이 현 정부를 보수·극우 정권으로 규정하는 상황에서 황씨의 현 정권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진보인사들 사이에 논란이 될 전망이다.
황씨는 이날 카자흐스탄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현 정권이 스스로 중도 실용정권이라고 얘기했지만 지난해 촛불 시위 여파로 (이같은 방향으로) 자기 정립을 해 나아갈 시간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며 현 정권의 이념적 정체성을 섣불리 보수우익으로 규정하는 관점을 경계했다.
나아가 황씨는 여당의 지역적 기반 확대를 거론하며 이전 정부와 비교해 진보적인 부분이 있다고 언급했다. 황씨는 “이를테면 영남 토착세력에 기반해 한나라당이 있다거나 호남에 바탕해 민주당이 있다거나하는 것은 진정한 진보로 볼 수 없다”며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약진해 전국 정당의 기틀을 잡은 것은 진전 내지 진보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자신이 이번 순방에 동참한 것은 이 대통령과 중앙아시아와의 협력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몽골과 중앙아시아,남북한이 힘을 합칠 경우 (남북 화해의 기반이 될 수 있는)느슨한 연방제의 토대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왔고 이에 대해 대통령과 몇 차례 의견을 교환해왔다”며 “대통령은 정치 경제적 측면에서 동북중앙아 협력방안을 생각해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참여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비판도 했다. 그는 “지난 정권이 동북아론이나 한중일 균형자론을 말했지만 별 진전이나 실속이 없었고 우리 자신의 역량을 과대평가한 게 아닌가하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눈을 돌려 동북중앙아와 협력을 다진 후에 동북아 문제를 추진하는 게 지혜롭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이념적 갈등도 도마에 올렸다.
2005년부터 중도론을 얘기해왔다는 황씨는 “이라크 파병, FTA (자유무역협정)체결 등을 밀어붙인 참여정부를 좌파정권이라고 할 수 없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독재타도를 외치던 관행이 남아있어 선거할 때마다 (보수 진보간) 진영 싸움처럼 되고 어느 한쪽으로의 줄세우기를 강요한다. 이런 식의 (이념에 따른)소모는 너무 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씨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처음부터 남북관계가 좀 꼬였고 내년 상반기까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부가 남북문제의 진전을 이루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좌파들도 비정규직,청년실업 문제에 직면하면서 분배와 평등이라는 고전적 진보이론을 고집하지 않고 아래서부터 파이를 키우자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제가 (이 대통령과 순방하는 것에 대해 진보측으로부터)욕 먹을 각오가 돼 있지만 큰 틀에서 (정부와)동참해서 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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