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10% 넘으면 성공?…“시청률이 윤아 잡는다”

시청률 10% 넘으면 성공?…“시청률이 윤아 잡는다”

기사승인 2009-05-15 15:26:01

[쿠키 연예] “시청률이 한 자릿수인 것이 죄”

MBC ‘신데렐라맨’의 시청률 부진에 대해 방송가 한 관계자가 지적한 표현이다. ‘신데렐라맨’이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으로 인해 정상적인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비단 ‘신데렐라맨’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일 아침 쏟아지는 시청률 보도행태로 인해 수많은 지상파 프로그램이 호평과 혹평을 오가고 있다. 시청률이 10%를 넘으면 선전이고, 한 자릿수에 머무르면 혹평을 받기 일쑤다.

△시청률 10%면 성공?=지상파 드라마를 만드는 목적은 최소한의 공영성을 담보로 한 상태에서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한국인의 TV 시청패턴을 고려할 때 드라마는 광고 수익을 내는 화수분과 같은 존재다.

문제는 드라마가 시종일관 시청률 잣대로 평가되고 있는 데 있다. 시청률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면 작품성은 물론 프로듀서의 연출력, 작가의 각색, 주연배우들의 연기까지 모두 혹평에 시달린다.

지상파는 10여년 전에도 이 같은 행태를 보였다가 시청자와 시민단체로부터 곧바로 철퇴를 맞았다. 이들은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도 시청자가 만족하는 드라마를 의도적으로 중단하는 폐해를 지적하며 소수의 권리를 외쳤다.

언론들도 선정적인 경마 저널리즘식의 시청률 보도를 자제하자고 결의, 2000년을 전후해 시청률 이면에 감춰진 드라마의 예술성을 조명하는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다시 시계를 10년 전으로 돌려놓은 듯하다. SBS ‘자명고’와 MBC ‘신데렐라맨’은 한 자릿수 시청률로 인해 평가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불과 5% 포인트 격차 내외로 시청률이 앞서고 있는 드라마들은 호평 일색이다.

△선정성만 있으면 시청률 걱정 끝=국내 유명 외주제작사의 한 관계자는 “시청률 올리려면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선정적인 소재와 작위적인 극본을 탑재하면 된다”며 “시청자들은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원하면서도 조악한 통속극에 열광하는 이중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지상파들이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외면하기가 쉽지가 않다. SBS ‘아내의 유혹’은 이 방법을 통해 시청률 30%를 넘나들었지만 ‘막장 드라마’라는 처참한 혹평을 받았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은 송혜교와 현빈 투톱을 기용했지만 평균 시청률은 불과 7%에 불과했다. 반면, KBS ‘꽃보다 남자’는 평균 시청률이 25%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꽃보다 남자’가 ‘그들이 사는 세상’에 비해 잘 만든 드라마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

이는 시종일관 시청률로 드라마의 작품성까지 재단하는 언론의 드라마 보도행태에 대해 근본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시청률 보도는 정치인 여론조사와 비슷한 습성이 있다. 소위 선두에게 표가 몰리는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가 쉽게 발생한다. 시청자들은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에 당연히 높은 관심을 보인다.

높은 시청률과 밴드웨건 효과를 노리는 드라마가 많아질 경우 지상파의 공영성은 땅에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당장 ‘아내의 유혹’을 재탕삼탕 하는 드라마가 쏟아지는 것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예전의 시청률이 아니다=최근 드라마 시청률은 15%를 넘으면 평균, 20%를 넘으면 중박, 30%를 넘으면 대박으로 평가받는다.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 자체가 거의 등장하고 있지 않다. 역대 국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KBS ‘첫사랑’, SBS ‘모래시계’ 등이 5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는 딴판이다.

이는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지금 시청자들은 소위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를 하지 않는다. 인터넷 다시보기가 있고, 불법 다운로드로 얼마든지 드라마를 감상할 수 있다. 인터넷을 즐기고, 여가시간을 즐기는 욕구가 브라운관 앞에 앉아 드라마를 기다리는 것에 비해 훨씬 크다.

최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가 주로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였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10대와 20대 시청자들은 드라마를 즐기고 싶은 욕구는 그대로지만 드라마를 접하는 경로가 훨씬 다양해졌다.

방송가 한 관계자는 “현재 아침드라마와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중장년층, 특히 주부 시청자들이 많이 시청하기 때문”이라며 “젊은층이 선호하는 드라마가 시청률 20%를 넘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고 말했다.


이는 시청률 보도가 얼마나 의미가 없는 일인지를 잘 설명해준다. 시청률이 한 자릿수라고 하더라도 의외로 많은 잠재적인 시청자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
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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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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