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 ‘불똥’, 이용훈 대법원장 ‘책임론’으로 번져

신영철 대법관 ‘불똥’, 이용훈 대법원장 ‘책임론’으로 번져

기사승인 2009-05-18 01:00:00


[쿠키 사회] 신영철 대법관이 홀로 짊어지고 가겠다던 '굴레와 낙인'이 사법부 전체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사태가 이제 신 대법관의 사퇴 여부를 떠나 이용훈 대법원장(사진) 책임론으로 번질 기미다.

또 대법원 법원행정처 소속 판사들이 판사회의가 예정된 법원의 판사들을 대상으로 '논의 내용 수위를 낮춰달라'는 취지의 당부전화를 돌린 것으로 알려지며 불똥이 행정처로도 번지고 있다.

◇대법원장 책임론 부상=소장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 대법원장 책임론이 거론되는 것은 신 대법관에 대한 조치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법원장은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신 대법관에게 경고 조치를 내렸지만 소장 판사들의 반발은 누그러지지 않았다.

실제로 지난 15일 서울북부지법 판사들은 결의문에서 판사회의 중 처음으로 "대법원장의 조치는 실추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에 미흡하다"며 대법원장을 겨냥했다.

소장 판사들이 대법원장을 직접 거명한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이 대법원장은 1993년 3차 사법파동 당시 서울지법 서부지원장으로 재직하며 사법 개혁을 요구한 장본인으로, 소장 판사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받았던 인물이다. 이번 사태 직후에도 소장 판사들 사이에서는 "화살이 이 대법원장에게 가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신 대법관이 사퇴하지 않는다면 대법원장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확산되는 파문,우려의 목소리도=18일에는 서울가정법원과 서부, 의정부, 부산지법 등 전국 7개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열린다. 19일에는 광주에서도 열린다. 고등법원 배석판사들도 회의 소집을 논의 중이며 전국법관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지난해 촛불재판을 맡았던 당시 중앙지법 형사단독판사들도 지난 13, 16일 두 차례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 2월 정기 인사로 전국 법원에 흩어져 재직 중이거나 일부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회의에서는 신 대법관이 거취 문제에 계속 침묵할 경우 당시 재판 개입 사례를 구체적으로 정리해 공개하는 방안까지 거론됐다.

한편 김용담 법원행정처장 및 수뇌부는 16일 긴급회의를 열고, 행정처 판사들로 하여금 사법연수원 동기 등 친분있는 판사들에게 전화를 걸어 회의에서 신 대법관 관련 발언 수위에 대해 자제를 당부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입막음' 시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법원 분위기를 알아보기 위한 것일 뿐 자제 촉구 등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판사들의 행동이 오히려 향후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족쇄가 될 것이란 우려도 높다. 서울중앙지법 정진경 부장판사는 "신 대법관이 계속 사퇴를 거부한다면 투쟁의 강도가 높아지게 된다"며 "이는 (외부 세력에) 사법부에 간섭할 빌미를 주고 법원은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법원장이 제청한 신 대법관이 사퇴할 경우 오는 9월 물러나는 김용담 대법관의 후임자 제청을 놓고 사법부가 제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란 걱정도 있다. 법원행정처 출신 한 판사는 "사퇴 여부를 놓고 문제가 더 커질 경우 책임은 대법관 제청권 행사를 잘못한 대법원에 돌아간다"고 신중한 처신을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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