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전국 고등법원 중 가장 규모가 큰 서울고등법원이 21일 배석판사회의를 열기로 결정하면서 신영철 대법관 사태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고법 배석판사들은 평판사 중 맏형 격이다. 따라서 회의 결과에 따라 사태가 더 확산될지, 진정국면에 들어설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은 20일 "전체 배석판사 105명 중 30명의 발의로 회의를 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특허법원을 포함한 6곳의 고등법원 중 배석판사회의를 여는 곳은 모두 4곳으로 늘었다. 서울고법 배석판사들은 경력 12년차 이상이고 지방법원 부장판사 승진을 1∼3년 앞둔 중고참에 속한다. 때문에 회의가 열리는 것만으로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결과 역시 중견 법관들의 의사로 해석돼 사태의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 회의에서 신 대법관과 관련, 비판적 결론을 내리고 사퇴를 촉구하는 언급이 나온다면 아직 회의가 열리지 않은 부산·대구 고법 등 다른 법원으로 판사회의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판사도 "회의 결과에 따라 전국법관회의가 소집되는 등 판사들의 2차 집단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 경우 신 대법관이 느끼는 압박의 강도도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서울고법 배석판사회의가 사태를 진정국면으로 돌아서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05명 중 회의 소집 요건인 21명을 갓 넘긴 30명만 발의했을 뿐 아니라 이들 중에는 대법원 수뇌부의 의중을 잘 아는 법원행정처 출신이 많기 때문이다.
중앙지법의 한 단독판사는 "30명이 발의했다는 것으로 봐서 105명 중 절반이 참석해야 하는 회의 개최 정족수를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회의가 불발로 끝나거나 재판독립 보장 같은 원론적 부분만 언급할 경우 신 대법관의 사퇴를 촉구할 동력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중앙지법 판사도 "법원행정처 출신이 다수 포진해 행정처의 진화 움직임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연조도 높고 인원도 많아 강경한 의사 표명은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판사회의를 마친 광주고법과 대전고법은 신 대법관이 더 이상 직무를 수행하기 부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놓았었다. 19일 회의를 연 광주지법 단독판사들은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한 신 대법관의 직무 수행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신영철 대법관은 이날 두달여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거취 문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자청해서 퇴근길 모습을 공개하고도 침묵으로 일관한 것은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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