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등장한 ‘특허괴물’… 국내외 주요기업,피말리는 특허 전쟁

불황에 등장한 ‘특허괴물’… 국내외 주요기업,피말리는 특허 전쟁

기사승인 2009-05-20 18:09:00

[쿠키 경제] 일본 미쓰이화학은 지난 19일 LG화학을 상대로 5억원 규모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대상 제품은 자동차용 범퍼를 제조할때나 신발 밑창 등의 용도에 쓰이는 재료다. LG화학은 즉각 “특허침해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추가대응은 자제하고 있다. 미쓰이화학의 전략에 휘말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LG화학 관계자는 20일 “후발주자로 나선 우리를 견제하면서 영업 전선을 구축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면서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반도체는 3년 전 LED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니치아화학의 특허공세에 발목이 잡혀 주가가 곤두박칠쳤다. 지난해 12월 8800원까지 떨어졌던 이 회사 주식은 지난 2월 특허분쟁이 종료되면서 상승하기 시작 20일 현재 32850원이 됐다. 특허분쟁 때문에 지옥과 천당을 왔다갔다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5년 인터디지털로부터 특허 침해 소송을 당해 결국 1억3000만달러의 로열티를 지급했고, LG는 아예 소송을 포기하고 3억달러에 달하는 로열티 지급 계약을 맺었다.

국내외 기업들간의 특허전쟁이 치열하다. 특히 경기침체 국면이 이어지면서 기업들마다 수익모델을 창출의 한 방편으로 특허 소송전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20일 통계청과 업계에 따르면 특허를 포함해 우리나라의 연간 지적재산권(지재권) 피해 규모는 전체 수출액의 6%에 이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총 수출액이 4224억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지재권 피해액이 253억달러(약 31조9500억원)에 달한다. 국가간 자유무역 협정이 확대되면 이같은 특허 분쟁은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특히 기술로 먹고 사는 전자업체의 경우, 해외기업들과의 특허 전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5년 8건이었던 해외특허소송 피소건수가 지난해 25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LG전자도 같은 기간 2배 넘게 증가했다(그래프 참조). 동종분야의 사업영역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특허분쟁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경기악화가 소송전을 가열시키고 있다는게 업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특허 분쟁에 깊숙히 개입해 보상금을 타내는 ‘특허사냥꾼’도 활개치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인텔렉추얼 벤처스(IV)로 이 업체는 지난해 말 한국 지사를 출범시키고 일부 대학 연구지 지급을 미끼로 교수들에게 유혹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LG전자 특허센터장 이정환 부사장은 최근 “불황기에는 제품제조나 판매는 하지 않고 특허 소송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특허괴물(Patent Troll)’까지 등장하면서 기업의 특허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특허권 소유 자체가 로열티 등으로 꾸준한 수익창구가 되면서 효자노릇을 하는데다 동종업계에서도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허등록이 많아질수록 경쟁사의 특허침해 소송이 많아질 수 밖에 없어 위험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중소기업의 경우, 적게는 수억에서 많게는 수백억까지 드는 특허소송비용 때문에 쉽게 소송에 나서기가 힘든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 기업에 대한 중국의 특허권 침해가 많아지면서 정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현재 특허청 등 정부에서는 국제특허분쟁 지원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초기단계라 미숙하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와 학계에서는 특허를 포함해 지적재산권 전반을 총괄하는 기구설립과 특허소송 기구의 일원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재찬 천지우 기자
jeep@kmib.co.kr
박재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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