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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가 검찰의 무리한 수사 때문이라는 책임론이 급격하게 번지면서 검찰이 위기를 맞고 있다. 임채진 검찰총장이나 김경한 법무장관이 악화된 민심수습 차원에서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민심동향 촉각=임 총장을 비롯한 대검 간부들은 23일에 이어 24일에도 전원 출근해 민심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휴일임에도 오전 9시35분 출근한 임 총장은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곧장 집무실로 향했다.
임 총장은 오전 10시40분부터 오후 12시20분까지 1시간 40분 동안 간부들과 회의를 갖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의 뜻을 어떤 방식으로 표시할지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장이 결정된 만큼 임 총장이 직접 문상갈지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과잉 압박수사라는 지적에 대해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기존 수사방식을 개선할 여지가 있을지는 몰라도 권력형 부패수사 관점에서 볼 때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조은석 대검 대변인은 “소환조사 후 처리를 미루는 바람에 문제가 발생했다는데 노 전 대통령측에서 새로운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해 기다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수사에 다소 문제점이 있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한 검사는 “수사 본질과 관계없는 억대 고급시계가 흘러나온 것 등은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다른 평검사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인데 아들, 딸, 사위 등 관련자를 모두 불러 지나친 압박을 가했다”며 “평소 총장이 강조하던 ‘절제와 품격’ 원칙과는 거리가 있는 수사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검찰은 청와대가 검찰 수사에 대해 무리한 점이 없었는지 점검을 한다는 소식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느라 분주한 모습도 보였다.
◇박연차 게이트 수사일정 차질=검찰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관련된 정치인 및 고위공직사 수사를 노 전 대통령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잠정 중단키로 했다.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 청구 시점도 이달말 이후로 늦춰질 전망이다. 이번주 중에 소환키로 했던 현역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의혹이 제기된 인사의 검찰 소환도 다음달 초로 늦춰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은 당초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혹이 있는 인사들을 이달말까지 전원 소환조사한 뒤 다음달에는 영장청구 또는 불구속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다만 수사 일정은 늦춰져도 수사 자체는 원칙대로 계속 진행한다는 게 검찰의 공식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일정은 늦춰지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다른 인사들에 대한 의혹은 원칙대로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공식 종결했다. 피의자 사망이나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없을 때 내리는 ‘공소권(公訴權) 없음’ 형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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