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울고 싶은데 울 여유도 없습니다. 돌아가신 노 전 대통령님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그저 조문객들 접대하는 것뿐이네요.”
28일 오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마을회관 한쪽에서 조문객들을 위해 국화꽃을 다듬고 있던 김해시 자원봉사회 허순옥 회장(55·여)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봉하마을에는 적십자사와 새마을 부녀회, 고향을 사랑하는 주부들의 모임 회원 등 300여 명이 지난 23일부터 매일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조문객과 장례 일손을 도왔다.
이들은 지난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너나할 것 없이 봉하마을을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 귀향 당시에도 자원봉사로 나서 국밥과 음료 등을 무료로 제공했던 전력이 있어 그날 곧바로 음식 준비를 하기로 협의를 마치고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봉하 마을에서 그야말로 ‘잡일’을 하고 있다. 온종일 조문객들에게 국화를 나눠 주고, 길을 안내하고, 음식 만들고, 음식 나르고, 설거지를 한다. 지난 사흘간 해장국 10만명분, 빵·우유 1t트럭 1대 분량, 컵라면 5000여 개, 생수 1t트럭 3대 분량을 조문객들에게 제공했다.
허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을 내려오셨을 때는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에 나섰으나 이번에는 마음이 우울하니까 몸도 더 힘들었다”며“그래도 조문객들의 ‘고맙다’ ‘힘내시라’는 말에 힘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한 봉사자는 “이번 봉하마을 자원봉사가 두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 안타깝다”며 “여기 모인 사람들은 김해지역을 두루 자원봉사하기 때문에 지난 2년 동안 노 전 대통령과도 여러번 만났다” 고 말했다.
허 회장은 “조문객으로 왔다가 스스로 자원봉사 일손 돕기에 뛰어든 분들도 수십여 명이 있다”고 전했다.
음식 부스 곳곳에서 식사를 마친 조문객들이 사이사이를 오가면 식탁을 정리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분리수거 차량이 들어올 때는 조문 차례를 기다리던 조문객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쓰레기들을 함께 올리기도 했다.
흰색 블라우스를 입은 김희선(45·여)씨는 “그냥 문상만 하고 돌아가기는 너무 슬퍼서 뭐든지 돕고 싶어 설거지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김해=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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