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작가란 현장에 버려진 진짜 삶의 이야기들을 그러모으는 존재입니다.”
소설가 황석영(66)은 28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서울디지털포럼’에서 ‘이야기와 현장’이란 주제로 한 강연에서 작가를 이같이 정의했다.
황씨는 베를린 장벽을 햄머로 부수는 군중과 벽 위에 올라서서 환호하는 사람들의 사진, 벌거벗은 채 울며 달려가는 베트남 소녀의 사진, 광주의 참극 이후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들고 그의 관 앞에 앉아있는 소년의 사진, 탱크 앞에서 혼자 가로막고 버티고 선 천안문 광장의 중국 젊은이의 사진을 거론 한 뒤 “우리는 그 이미지들이 세상을 바꾸었다고 얘기들 하지만 이미지는 연이어서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진실이 되어버리든가 소비해버리고 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은 사라지고 만다”며 “작가는 현장에 버려진 진짜 삶의 이야기들을 그러모으는 존재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서로 다른 것들의 조화스러운 뒤섞임이야말로 변화의 시초가 된다”며 “우리는 이미지를 강자의 이야기로 생산하여 소비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이야기가 다양성으로 여름의 화원처럼 각양각색을 이루어낼 세계를 꿈 꾸는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끝냈다.
이어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46)은 ‘이야기는 꿈이다’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냈다.
신씨는 “오래 전에 나는 글을 쓰는 일은 무엇인가를, 누군가를, 잊기 위한 마음 연약한 자가 의지하는 마지막 보루 같은 행위라고 라고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나온 시간 뿐 아니라 우리가 아직 살아보지 못한 미래도 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며 “인류의 삶은 이야기 속에서 태어나고 진행하고 마쳐진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야기는 현실 그대로가 아니라 현실을 바탕으로 하되 옆구리에서 새로 태어나 다른 꿈을 키우며 번성한다”며 “우리가 꿈꿀 수 있는 이야기가 사라지는 세상이 닥친다면 그때가 바로 종말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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