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대공황 이후 최악인 경기침체에 방송사들도 심각한 타격을 받자 심야 토크쇼가 드라마들의 차지였던 황금시간대까지 밀고 들어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미 NBC 방송은 29일부터 코미디언 재닛 리노가 진행하는 토크 쇼를 밤 11시 30분에서 10시로 이동시켰다. 프로그램 간판 명칭도 17년 역사의 ‘투나잇 쇼’에서 ‘제이 리노 쇼’로 바꿨다. NBC는 방송사상 첫 조치인 이같은 ’편성 혁명’으로 CBS, ABC, 폭스 등에 뒤진 시청률을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다.
투나잇 쇼는 4명의 전직 대통령을 출연시키고, 영화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를 이 쇼를 통해 선언할 정도로 정치적으로도 영향력있는 토크 쇼로 통한다. ‘리노와 함께 하면 성공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리노 쇼가 라이벌 방송사들이 비슷한 시간대에 내보내는 인기 드라마를 어느 정도 따라잡을 지는 미지수다. 리노의 토크쇼는 하루 평균 480만명 정도가 시청하지만 CBS의 범죄수사 프로그램 ‘CSI-뉴욕’의 경우 2배가 넘는 시청자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NBC 방송의 속내는 당장 시청률을 따라잡기 보다 제작비용 감축을 통해 경기침체에서 살아남기 전략 차원으로 보인다고 로이터 통신은 분석했다. 리노는 “주 5회 리노 쇼를 제작하더라도 드라마 한 회분보다 비용이 덜 든다”면서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리노 쇼는 미국 경기가 침체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쯤 심야시간대로 복귀할 가능성도 있다. 리노로서는 이번 ‘구원투수’ 역할이 성공하는 지 여부에 따라 대박을 터뜨리느냐, 쪽박을 차느냐
갈림길에 서게 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dhlee@kim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