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영결식장에서 오열한 친盧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영결식장에서 오열한 친盧

기사승인 2009-05-29 20:48:00


[쿠키 정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거행된 29일 서울 경복궁 앞뜰엔 침통함과 깊은 슬픔이 가득했다. 추모객들은 고인의 뜻을 생전에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는 자괴감, 다시는 고인을 볼 수 없다는 상실감 등을 통한의 눈물로 쏟아냈다. 분향소 옆에 설치된 대형 TV에 비친 노 전 대통령의 영정도 눈물이 맺힌 듯 슬퍼 보였다.

◇권 여사, DJ와 손잡고 눈물쏟아=영결식은 오전 10시58분쯤 가로 1.1m, 세로 1.4m 크기의 영정을 앞세운 운구 행렬이 식장에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영구차는 새벽에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발인식을 치르고 5시간의 먼 길을 달려온 터였다.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부부, 딸 정연씨 부부, 형 건평씨 부부 및 문재인 전 비서실장 등 측근 인사들이 영구차 뒤를 따랐다. 영결식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조사와 종교의식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헌화대 위 영정 오른편에는 고인에게 수여된 우리나라 최고 훈장인 무궁화대훈장이 놓였다.

한 전 총리의 애절한 조사와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은 2500여명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낮게 깔리던 흐느낌이 통곡으로 바뀌었다. 영상에서 노 전 대통령은 "바보, 그동안에 사람들이 붙여줬던 별명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든 별명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바보정신으로 정치를 하면 나라가 잘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유서를 배우 문성근씨가 읽은 영상이 상영되기도 했다.

권 여사는 휠체어를 타고 헌화를 마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리로 돌아와 악수를 청하며 위로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건평씨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노 전 대통령의 어린 손녀딸들은 영결식의 의미를 잘 모르는 듯 어른들 품에 안긴 채 천진난만하게 웃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죄송합니다",대성통곡한 친노=노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강철 전 시민사회수석,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 민주당 이광재 백원우 서갑원 의원 등 측근들은 나란히 앉아 영결식을 지켜봤다. 고개를 떨구기도 했고, 먼 하늘을 넋 놓은 채 바라보기도 했다. 유 전 장관 등은 왼쪽 가슴에 노란 리본을 달았다. 이들은 한 전 총리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대통령하지 마십시오"라고 조사를 읽는 대목에서는 대성통곡했다. 한 전 총리의 조사는 '노무현의 필사'로 불리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상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나온 강금원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은 아무런 잘못이 없으시다. 나한테는 거짓말안 하신다"며 "이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고인의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주요 인사 표정=김형오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이강국 헌법재판소장,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은 침통한 표정으로 영결식장을 지켰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고문, 고건 전 총리와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도 참석했다.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와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 등 각국 조문사절들도 영정에 국화를 바치며 고인을 애도했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은 영결식에 참석한 뒤 "이렇게 불행한 일이 다시는 있어선 안된다"며 "이번 일을 교훈삼아 국가 발전을 위해 뜻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영결식은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상록수' '아리랑' '아침이슬'이 합창과 해금 연주 등으로 울려퍼지고 육·해·공군 조총대가 조총 21발을 발사하는 것으로 1시간25분 만에 끝났다.

◇노란 손수건 신경전=앞서 영결식장 입구에서는 경찰과 참석자들 사이에 노란 손수건 반입을 둘러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경호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참석자들이 가져온 물명을 수거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영결식이 거행되는 시각에 맞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시민 영결식이 치러졌다. 시민들은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노란 모자를 쓰고 노란 풍선을 손에 든 채 '상록수'를 합창했으며, 노 전 대통령의 유서 및 고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낭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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