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만사형통(萬事兄通)의 주인공, 대한민국 넘버 2,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의 원로…. 모두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을 이르는 말이었다. 이 의원이 3일 ‘2선 후퇴’를 공식선언했다.
이 의원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 참석해 “정치 현안에서 멀찌감치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도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앞으로 당무와 정무, 정치 현안에 관여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욱 엄격하게 처신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 친·인척에 쏠리는 주변의 과도한 시선에 대한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요즘 저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는 것을 안다”며 “첫째 이유는 저 개인 부덕의 소치지만, 근거없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정말 요즘 하루하루를 매우 조심스럽게 보내고 있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고통스런 나날의 연속이다. 정말 고통스럽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이어 “유일하게 당무에 참석하고 있는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참가도 삼가겠으며, 포항 지역구 국회의원과 한·일 의원연맹회장으로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전력을 살려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노건평씨가 구속된 이후부터 2선 후퇴 문제를 고심해왔다고 한다.
본인 스스로도 “과거 대통령 친·인척들의 부적절한 행위로 국민들이 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건평씨 구속, 노 전 대통령 서거 등으로 무척 고민이 많으셨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회의 참석에 앞서 정두언 정태근 의원 등 친이 직계 의원들과 만나 ‘나는 앞으로 경제와 자원외교에 전념하고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2선 후퇴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그의 정치적 입지는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전에도 이 의원이 ‘정치와 인사에 개입했다’고 밝힌 적은 없다.
인사나 정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공식입장이었다. 하지만 공식 선언까지 한 상황이다. 향후 이 의원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발언이나 당 주요 현안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경우, 비판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
박영준 차관 등 이 의원 계보로 통하는 인사들이 여전히 정부와 청와대 주요 포스트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의 막후 영향력은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