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4일 "중동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서로 끊임없이 노력하자"면서 미국과 이슬람간 '새로운 시작'을 제안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의 카이로대학에서 행한 대이슬람 화해 연설에서 "현대화와 세계화 진전 과정에서 이슬람과 서구 사회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됐다"면서 "이제 의심과 불화의 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밝혔다.
아랍어 인사로 연설을 시작해 청중의 박수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가 맞서야 할 최우선 사안은 모든 형태의 폭력적 극단주의"라며 "미국은 이슬람과 전쟁을 하고 있지도 않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동 평화의 핵심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대해서는 "미국은 존엄과 기회, 독립국가를 바라는 팔레스타인의 열망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수립안 지지를 재확인했다. 이어 "어느 한 쪽 입장에 서면 진실에 눈을 감게 된다"며 양측에 똑같이 국제적인 의무 준수를 강조했고, 중동 평화를 위한 새 제안은 내놓지 않았다.
그는 또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유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극단주의자의 폭력이 없다면 마지막 군대까지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 전쟁울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적 공감대와 외교수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배웠다고 고백했다.
팔레스타인 강경파 하마스를 비롯한 이슬람 사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이전 미국 정권에 비해 진일보했지만 행동으로 옮길 구체적인 제안이 결여돼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미흡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AP는 분석했다.
카이로대학 연설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인 이번 중동 순방길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행사였다.미국이 9·11테러 사태 이후 악화된 이슬람 사회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보낼 메시지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었다.
한편 백악관은 이집트 방문을 준비하면서 연설 장소로 카이로 대학과 이슬람 최고 교육기관인 알-아즈하르 대학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집트 종교지도자들은 천 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집트 이슬람의 심장' 아즈하르 대학이 선택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슬람 색채가 강한 아즈하르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계층이 모일 수 있고, 치안 유지가 수월한 카이로 대학을 최종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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