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유럽연합(EU) 5억 인구를 대표하는 총 736명의 의원을 뽑는 유럽의회(임기 2009∼2014년) 선거에서 보수진영이 승리하고 좌파진영이 패배했다. 경기침체 여파로 유럽인들이 보수적 투표성향을 보인 결과다. 극우파도 약진했다. 하지만 정치 무관심으로 투표율이 43%로 역대 최저를 기록해 유럽의회 대표성에 흠집을 남겼다는 평가다.
◇사르코지,메르켈 웃고 브라운 울다=7일 종료된 유럽의회 선거는 예상대로 보수 진영의 잔치였다. 전체 736개 의석 가운데 중도우익 성향의 '국민당 그룹(EPP-ED)'이 가장 많은 265석을 확보, 사실상 승리를 거뒀다고 BBC방송 등이 8일 보도했다. 진보진영인 사회당 그룹(PED)은 184석, 좌파 그룹(GUE-DEM)은 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국민당 그룹이 전체 의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로 기존의 36.7%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사회당 그룹은 25%로 종전에 비해 2.5%포인트 줄었다. 좌파 그룹도 4.8%로 종전의 5.2%보다 감소했다. 유럽의회는 인구 규모에 따라 국가별 할당이 주어지나 의회 안에서는 국적을 배제하고, 정파간 연합 형태를 취한다.
27개 회원국에서 나흘간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벨기에 등에서는 보수 성향의 집권당이 승리했고, 영국과 스페인, 헝가리, 그리스 등 11개국에서는 집권당이 패배했다. 독일의 경우 앙겔라 마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기사당 연합이 38.0%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제1당 지위를 유지했다. 특히 9월 총선에서 기민당이 연정파트너로 선호하는 자유민주당 지지율이 6.0%에서 10%로 올라 보수진영에 날개를 달아줬다.
프랑스에서도 보수적인 집권 대중운동연합이 야당인 사회당을 누르고 승리해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이 탄력을 받게 됐다. 이탈리아에서는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주도하는 중도우파연대가 33.7%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고든 브라운 총리가 이끄는 영국 집권 노동당은 주택수당 부정 수령 스캔들로 지방의회 선거에 이어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노동당은 보수당은 물론 영국독립당에도 뒤져 3위를 차지했다. 스페인에서도 보수 야당이 집권 사회당을 눌렀다. 그리스에서만 집권 보수당이 부패 스캔들과 경제 불안으로 패배했을 뿐이다.
◇유럽인,경기침체로 우향우=글로벌 경제위기가 선거 승패를 갈랐다. 생활이 팍팍해지면서 유권자들의 보수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극우주의 부상과 투표에 대한 무관심도 한몫했다. 보수진영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기업에 대한 추가금융구제와 재정을 푼 부양정책 등에 표심이 등을 돌렸다"고 승인을 분석했다.
경기침체는 정치 무관심으로 이어져 유럽의회 사무국이 잠정집계한 투표율은 43%대로 2004년 선거 때의 45.5%보다 2%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경제위기로 정치, 특히 국내 정치가 아닌 EU 정치에 유권자들이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었고, 유럽통합에 대한 회의론이 증폭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민정책과 유럽 통합에 반대하는 극우파가 선전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분위기 때문이다. 실업을 야기시키는 이민장려정책과 경제위기에 따른 분노가 진보에 대한 반란으로 표출돼 영국과 슬로바키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극우성향의 영국국민당과 극우민족주의당(SNS)이 각각 유럽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헝가리에서도 집시 단속과 함께 반이민정책을 내건 극우 잡빅(Jobbik)당이 22석 중 3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선거 결과는 향후 유럽의 정치 지형 및 유럽연합 청사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브라운 영국 총리는 당 안팎으로부터 또다시 거센 퇴진 요구와 함께 조기총선 압력에 시달리게 됐다. 거꾸로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안정적인 국정운영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데이비드 카메룬 영국 보수당 당수는 유럽의회 안에서 추가적인 유럽통합 움직임에 반대하는 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영옥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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