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날씨가 환해지면 참 멋있겠어.”
9일 오전 11시40분쯤 인천 월미도 선착장에서 코스모스유람선을 타고 인천 앞바다 관광에 나선 쪽방촌 홀몸노인들이 바다위에 펼쳐진 거대 건축물 인천대교를 보며 탄성을 지르자 정성갑(78·인천 효성동)씨가 혼잣소리를 하듯이 말했다.
정씨를 비롯한 쪽방촌 노인 120여명은 ‘내일을 여는집’에서 마련한 쪽방촌 노인 6명의 합동칠순잔치에 참가해 마음껏 하루를 즐겼다. 내일을 여는 집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인천 계양구 해인교회가 세운 사단법인으로 쪽방상담소, 노숙자쉼터, 가족폭력상담소, 푸드뱅크 등을 통해 가난한 이웃들을 섬기고 있다.
이 행사는 국제라이온스협회 354-F 지구 회원들이 인천중앙클럽 창립 40주년을 맞아 2시간 동안의 유람선 비용과 식사 및 간식비를 마련해 더욱 값진 결실을 보게 됐다.
쪽방촌 노인들은 “바다위 유람선 2층에서 칠순잔치를 하니까 지난해 첫 합동칠순잔치 때보다 더 좋다. 자식들보다 낫다”고 입을 모았다.
박승숙 중구청장은 “소중하고 바쁜 시간을 쪽방촌 노인들을 위해 내준 국제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의 배려에 감사한다”며 “재정자립도가 낮은 중구와 동구에 거주하고 있는 쪽방촌 노인 6명의 칠순잔치가 돕는 손길로 인해 더욱 빛나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내일을 여는 집 직원들과 라이온스클럽 회원들은 차례로 가족도 없이 혼자 외롭게 사는 쪽방촌 노인들의 칠순을 맞아 큰절을 올렸다.
그 순간 한복을 곱게 입은 칠순 노인들은 감격스러운듯 눈을 잠시 감았다 떴다. 박강업(70·여)씨는 “경인전철 동인천역 인근 인현동 쪽방촌에서 46가구가 옹기종기 살고 있다”며 “젊은 시절 남의 집살이를 하며 살다가 쪽방촌에 들어온지 20여년만에 가장 멋있는 생일상을 받았다”고 눈물지었다.
라이온스 회원들은 “우리는 잠깐 왔다 가지만 내일을 여는 집을 이끌고 있는 이준모 목사와 쪽방촌 노인들의 칠순잔치를 축하해주기위해 온 인천시민 모두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인사했다.
2001년 문을 연 내일을 여는 집 쪽방상담소는 인현동, 만석동, 북성동, 효성동, 작전동 등의 쪽방촌 700여가구를 대상으로 먹거리는 물론 잠자리 및 일자리 해결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동안 도심재개발로 쪽방촌이 크게 줄어 400가구 정도에 불과하지만 연탄배달 및 김치제공 등의 일을 계속하고 있다. 쪽방촌 노인들을 후원해온 한 40대 주부는 “거동이 불편한 친정아버지가 생각난다”며 “쪽방촌 노인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주변의 도움이 더 많아 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창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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