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보기관 CIA·DNI 갈등,정치문제 비화 가능성

미 정보기관 CIA·DNI 갈등,정치문제 비화 가능성

기사승인 2009-06-09 17:5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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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수면 아래 잠복해 있던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정보국(DNI)간 갈등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 넘어오면서 메가톤급으로 폭발했다. 두 기관 수장이 정면 대결을 벌이자 백악관이 중재에 나설 정도로 두 기관의 자존심 대결은 정치문제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불은 데니스 블레어 DNI 국장이 댕겼다. 블레어 국장은 지난달 19일 CIA를 포함한 산하 16개 정보기관들에 보낸 정례 지시문에서 해외 각국의 정보 총괄자를 DNI가 선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은 다음날 자국 요원들에 보낸 메시지 형식을 빌려 “블레어의 지시를 무시하라. CIA가 여전히 해외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이는 수십년 간 CIA 해외 소장들이 유지해 온 역할이다”고 발끈했다.

블레어 국장은 지난 1월 취임하면서 산하 16개 정보기관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겠다고 단언했고, 이번 지시문은 이를 처음으로 구체화하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이 CIA가 저지른 테러용의자 물고문 행태 등을 비난한 것도 DNI 행보에 자신감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그러나 CIA측은 DNI 역할이 정보 취합을 넘어 CIA 고유의 해외 정보 업무까지 침해하는 것은 월권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외국 정보·안보 관련 기관들과의 관계 유지 뿐 아니라 미국 대사들의 정보보고 및 지시 라인에도 혼선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두 기관간 관할권 다툼이 치열해지자 급기야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이 중재에 나서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보도했다. DNI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에도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정보 베테랑 마이크 헤이든 당시 CIA 국장의 저지에 막혔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다르다. CIA에 대한 여론의 반감이 어느 때보다 거센 데다, 워싱턴 내 권력구도 측면에서 보더라도 블레어 국장이 더 유리한 입장이다. 그가 매일 일일보고를 통해 오바마의 귀를 잡는 지근거리에 있고, 중재에 나선 존스 보좌관과도 절친한 사이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파네타 국장은 같은 클린턴 인사인 램 이매뉴얼 비서실장과 가깝다. 아무래도 오바마와의 소통이 간접적일 수밖에 없다.

의회 여론도 CIA에 불리하다. 2002년 DNI 설립과 관련한 입법을 주도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 등은 “냉전시대 사고방식을 버린 정보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DNI의 이같은 권력장악 움직임이 기회주의적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캘리포니아 주립대 애미 제거트 교수는 “블레어가 CIA를 장악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국방부의 정보기관들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는 국방부 권력이 더 막강하다는 사실을 블레어 자신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DNI는 9·11 테러 이후 미국 안보를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2005년 설립돼 CIA를 비롯해 국가안전보장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16개 정보기관을 통솔·관할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dhlee@kim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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