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은 11일 개성공단 현안과 관련한 2차 접촉에서 임금수준을 현재의 약 4배 수준으로 높이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요구 수준이 터무니없이 높아 사실상 개성공단을 폐쇄하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차기 접촉 일정을 잡아 대화의 끈은 유지했지만 북한의 요구에 어떻게 대처할지 큰 고민에 빠지게 됐다. 북측은 두 달 넘게 억류된 현대아산 유모씨에 대해서도 성의있는 답변을 하지않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의지 있나=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월 300달러로 올려달라는 것은 우리 정부와 기업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다. 당초 우리 정부는 북측이 중국 수준의 임금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중국 상하이와 지린성, 베트남 호찌민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각각 190, 120, 88달러 수준. 그런데 북한은 중국 상하이보다 100달러 높은 임금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인상분을 받아들이기 힘든 영세 기업들이 자진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 기업의 연쇄 철수는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1차 개성접촉에서 기존 특혜조치 재검토를 선언했던 북한은 이미 완납한 토지임대료의 30배가 넘는 5억달러를 요구했다. 현대아산은 2000년 금강산 관광과 댐 건설 등 북한의 7대 사업권에 대한 대가로 북측에 5억달러를 제공했다. 이를 상기하면 북측이 엄청난 규모의 임대료를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측의 무리한 제안은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시험대에 올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의 대처에 따라 개성공단이 존폐 기로에 놓일 수 있다.
◇유씨 문제 장기화=우리 대표단은 이번 2차 접촉에서 억류 74일째인 유씨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제기했지만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우리 정부가 유씨 근황을 계속 알려줄 것을 요구했을 때 북측은 "별탈없이 아주 잘있다"고만 답변했다. 북측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그의 구체적 상황이나 추후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유씨가 개성에 있는것으로 봐도 되느냐"는 질문에 북측은 "편한대로 해석해도 좋다"고 답해 개성 인근에 있음을 시사했다. 유씨의 석방 문제는 남북 관계가 호전될 때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화는 계속키로=남북 당국은 예정보다 40분 늦은 10시40분쯤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회담장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회담은 50분만인 11시30분 끝났다. 북측 대표가 임금인상과 토지임대료 추가 지급 요구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우리 대표도 북측에 유씨 신병 문제를 비롯한 개성공단 현안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양측 입장차만 확인한 자리였다. 우리 대표단의 적극적 요구로 오후 3시 회담이 속개됐으나 회담은 40분 만에 완전히 끝났다. 남북은 상호합의로 오는 19일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 지원 방안 등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토지사용료 계약 주체인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단독으로 5억달러를 부담하기 어렵고, 임금 인상분도 감당하기 힘든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북한이 높은 수준의 임금과 임대료를 제시한 것은 향후 협상을 염두에 둔 전술적 차원이라는 해석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안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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