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사랑으로 세상과 맞선 소녀”… 김하인 장편소설 ‘안녕,아빠’

“아버지의 사랑으로 세상과 맞선 소녀”… 김하인 장편소설 ‘안녕,아빠’

기사승인 2009-06-12 17:53:01
[쿠키 문화] 100만권 이상이 팔린 ‘국화꽃 향기’의 작가 김하인(47)이 최근 장편소설 ‘안녕, 아빠’(자음과모음)를 펴냈다.

가정이 붕괴돼 고아가 되다시피한 어린 소녀가 역경을 딛고 국내 정상급 연극배우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서정 소설이다. 소녀가 견디기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은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안녕, 아빠’는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7월 한 가정의 붕괴로 시작된다. 외동딸인 민서는 부산에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윤승철과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세상에 부러울 것 없이 자랐다. 그러나 그 해 초 아버지 회사가 거래하던 대기업의 부도 여파로 졸지에 도산하면서 가족의 불행이 시작된다. 민서네는 사채업자들의 밤낮없이 이어지는 잔혹한 협박과 폭행을 피해 서울 지하 단칸방으로 숨어들지만 또 빚쟁이들에게 발각되고, 다급한 아버지는 몸져누워 하혈하는 아내만 데리고 다시 도피 행각에 나선다. 딸 민서를 데려갈 틈도 없이. 학교에서 뒤늦게 돌아온 민서는 열여섯의 나이에 고아 아닌 고아가 돼 버린 것이다. 민서는 아버지가 데리러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지만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 학교도 그만두고 혼자 살 길을 찾아 나선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동대문상가 밥집 종업원, 커피숍 아르바이트 등 갖은 고생을 하면서도 민서는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등 희망을 잃지 않는다. 흔들릴 때마다 민서를 지탱시켜 준 것은 아버지였다. 힘들 때마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선물한 모래시계를 꺼내 보면서 마음을 긍정적으로 정리하고 스스로 기쁨과 웃음을 되찾는 일을 되풀이 한다.

그러던 어느 겨울 민서는 거리에서 떨고 있는 치매 할머니를 우연히 발견하고 보살펴 주게 되고 이를 계기로 할머니의 손자인 연극 연출자 김석우를 만나 연극 배우의 길을 걷게 된다.

혹독한 훈련을 거쳐 연극계의 스타로 떠오른 민서는 경제 위기가 다시 다가온 2008년 겨울에, 지난 11년 동안 한시도 잊지 않았던 아버지를 찾기 위해 자신의 사연을 소재로 한 연극의 주연으로 무대에 서 이렇게 울부짖는다.
“이렇게 제가 간절하게 아빠, 엄마를 찾고 있으니까 인제 그만 나타나주세요. 저는 다시 아빠, 엄마와 함께 살고 싶어요.”

‘안녕, 아빠’는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지만 마음으로는 항상 서로를 사랑하고 응원하는 따뜻한 아빠와 딸의 모습을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필치로 그려낸다. 소설은 민서가 머지않아 아버지와 만날 게 될 것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결말이 성공과 희망, 상처 극복으로 마무리되지만 민서와 그의 가족이 겪었던 세월은 독자들에게 아픔으로 다가온다.
현실 속에서도 소설적 결말이 가능할까. 국가 경제는 IMF 외환위기를 딛고 몇 년 후 다시 일어서지만 창졸간에 IMF의 파고에 휩쓸린 무수한 사람의 상처도 아물었을까.

작가는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쓰나미가 되어 우리나라 경제를 덮쳐온 지금, 모두가 열심히 지혜를 모으고 힘을 내야 할 때”라며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사람들이 희망과 꿈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번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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