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사투리를 살려라…지역어조사위 고군분투 ‘사투리 채록기’

사라져가는 사투리를 살려라…지역어조사위 고군분투 ‘사투리 채록기’

기사승인 2009-06-12 17:26:01

[쿠키 사회] 사라져가는 지역어를 보존하기 위한 사투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2004년부터 10년 계획으로 지방대 교수들로 이뤄진 지역어조사추진위원회를 꾸렸다. 교수 1명과 대학원생 2명이 1개 팀으로 해마다 전국 9개 지역 찾고 있다. 그동안 경기도 포천, 강원도 양양, 경북 청송, 경남 창녕, 제주도 서귀포 등 40여곳을 조사했다.

조사추진위 소속인 박경래 세명대 교수는 2006년 사투리 조사를 위해 충북 청원을 찾았다가 ‘개똥참외 털 벗은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이 말은 아이에게서 어른 티가 날 때 쓰는 청원의 지역어다. 꽃이 지고 열매를 맺을 때 도토리만한 참외에 0.5∼1㎝ 길이의 털이 나는데, 이 털이 없어져야 참외가 가장 맛있다는 데서 유래된 말이다. 박 교수는 “개똥참외가 나는 지역에서 크는 과정을 봐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말”이라고 전했다.

김봉국 부산교육대 교수팀은 같은해 강원도 양양의 한 마을 입구에 세워진 푯말 앞에서 진땀을 흘렸다. ‘어서 오세유’라는 쓰인 푯말은 충청도 어느 마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통상 ‘∼유’로 끝나는 말은 충청도 사투리다. 김 교수팀은 조사 과정에서 “여기두 참 살기 좋앴어유” “사는게 행펜 없었지유” 등 양양 지방 만의 지역어를 발굴했다.

하지만 조사위의 작업은 여간 고된 게 아니다. 어휘, 음운, 문법, 문장 채록 과정이 만만치 않다. 경계심이 심해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다. 순수한 지역어를 들으려면 질문을 던질 때 표준어를 피해야 한다. ‘호미’의 지역어를 찾을 때는 그림을 보여주거나 실제 호미를 들고 다니며 물었다.

가장 힘든 것은 지역어를 고스란히 간직한 조사원을 찾는 일이다. 학력 수준이 높거나 외지 왕래가 많았던 지역인은 그 지역 만의 언어를 유지하지 못한다. TV와 통신수단이 발달해 자신도 모르게 표준어를 섞어 쓰는 경우도 많아 토박이 조사원 찾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여기에 고령의 조사원 1명에게 10차례 40∼50시간 동안 말하도록 하는 작업이어서 도움받기가 쉽지 않다. 조사 중에 병이 나거나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다. 인력 부족도 조사위 발목을 잡고 있다. 들어가는 품에 비해 보수가 적은 탓에 대학원생들이 팀에 합류하기를 꺼린다. 우리 문학을 전공하는 외국인이 참여하는 팀까지 생겨났다.

박 교수는 “문자 언어는 기록으로 남지만 구술 언어는 그 말을 쓰던 사람과 함께 사라진다. 우리 말을 풍부하고 생동감있게 만들어줄 지역어가 하루가 다르게 소멸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꾸준한 지원과 관심으로 지역어를 붙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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