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대공황 이후 가장 강력한 금융감독 규제안 발표

오바마 정부,대공황 이후 가장 강력한 금융감독 규제안 발표

기사승인 2009-06-18 18:51:01
[쿠키 지구촌]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17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금융규제감독 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연설에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위기 원인이 월가에서부터 정계에 이르기까지 뿌리내린 ‘책임지지 않는 문화’에 있다고 지적하고 새로운 규제·감독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8쪽에 이르는 개편안 내용은 감독기관들이 월가 금융기관들을 전방위로 포위하는 형국이다. 우선 물가·통화안정이 존재이유였던 FRB로 하여금 그간 시장기능에 맡겨놨던 금융기관의 행위를 모니터링하며 앞장서 규제토록 했다. FRB 권한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다른 나라 중앙은행 역할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편안이 의회를 통과하게 될 경우 FRB는 평상시엔 금융기관에 위기 대비용 자본과 유동성을 새로 쌓도록 지시할 수 있다. 지난해 9월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허겁지겁 이라크 전비보다 많은 공적자금을 쏟아부은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감독대상은 순수 금융기관뿐 아니라 금융기관을 소유한 일반기업체도 포함된다.

위기시에는 재무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신설될 금융서비스감독위원회가 부실업체를 선별 한뒤 FRB와 재무부에 보고토록 했다. 위원회는 평상시엔 FRB에 효율적인 규제 방안 등을 조언하게 된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역할도 확대돼 보험사와 투자은행, 증권사 등 비(非)은행금융기관이나 금융지주회사 등도 이 기관이 인수해 관리하고 처분하도록 했다.

미 정부는 다만 FRB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준 것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 경제안정 등을 위한 중대한 정책결정시 재무부 승인을 받도록 단서를 달았다.

개편안은 또 금융기관 장부에 남아있지 않아 그간 위기를 키웠던 파생상품을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제를 받도록 했다. 헤지펀드들도 반드시 등록을 하고 관련정보 제출도 의무화하도록 했다. 소비자보호위원회도 신설해 모기지(주택담보대출)나 연금, 신용카드 등을 통한 대출 횡포를 예방하기로 했다. 개편안에 금융기관을 얽어매는 규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은행들에 신규 주택 담보 대출금 일부를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토록 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개편안을 토대로 연말까지 법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 몇몇 민주당 의원들조차 반응이 냉랭해 향후 심의과정에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반대 목소리는 주로 FRB 권한강화에 집중된다. 크리스 도드 상원은행위원장은“FRB가 금융위기 예측은 물론 서브프라임모기지 감시에도 실패해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우려를 표했다. 마크 워너 상원의원은 “코끼리가 춤추면 풀밭이 망가진다”면서 “이미 풀밭이 망가졌는데 더 큰 코끼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는 “과도한 규제가 시장의 창의성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기자 dhlee@kim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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