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1963년 3월, 독일 서부의 작은 도시 부퍼탈의 파르나스 갤러리. 동양에서 건너온 무명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렸다. 전시 제목은 ‘음악의 전시-전자텔레비전’으로 당시로서는 다분히 이색적이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소머리가 내걸려 피 냄새가 진동했고 현관은 공기를 70%만 채운 커다란 기상 관측용 풍선에 막혀 관객들은 기다시피 들어가야 했다.
전위예술가 요제프 보이스는 도끼를 들고 와 개막식에서 피아노 한 대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또다른 피아노에는 인형과 철조망, 브래지어, 전구 등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46년 전 이처럼 파격적인 전시를 했던 작가의 이름은 백남준(당시 31세). 이후 보이스로부터 ‘역사적인 순간’(historical moment)이라는 평을 받은 이 전시는 ‘미디어 아트’의 출발점이 됐다.
경기 용인의 백남준아트센터(031-201-8512)에서 10월4일까지 열리는 ‘신화의 전시-전자 테크놀로지’는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백남준을 세상에 알렸던 그의 첫 개인전을 재해석, 재창조하는 전시다. 이영철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이 직접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국내외 22명의 작가가 참여해 백남준의 신화적 상상력과 전자 기술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인디언 비주얼 아티스트인 지미 더햄은 책상에 앉아 사람들이 가져오는 물건들을 돌로 부수는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피아노를 부쉈던 백남준을 떠올리게 한다. 식당에서 간호사가 원숭이를 앉혀놓고 우유를 먹이는 장면을 담은 독일 화가 틸로 바움가르텔의 ‘저녁식사’는 동물과 인간, 위계질서와 예술 장르의 엄격한 구분을 거부하고 통섭을 추구했던 백남준의 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63년 설치됐던 백남준의 ‘TV를 위한 선(禪)’과 93년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에 전시됐던 잘린 부처머리상을 재현한 작품도 출품됐다. 1932년 4월1일부터 그가 태어난 1932년 7월20일까지 뉴욕타임스에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한 ‘태내자서전’ 등도 전시된다. 관람 후 전시관 뒤쪽 숲길을 산책하면서 “근대에서 탈근대로
빠져나가는 결정적인 출구”로 평가받는 백남준의 예술혼을 되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뭔데 그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독재 발언 어떻게 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