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을 빼자] 건강검진에 최고 1800만원…효과는 “글쎄…”

[거품을 빼자] 건강검진에 최고 1800만원…효과는 “글쎄…”

기사승인 2009-06-23 18: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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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최고 중에 최고만을
모십니다. 사장님!신체에 이상 신호가 오기 전에 정밀 검진을 한번 받아보세요 . 프리미엄급 검사 비용은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800만원대 까지 있습니다”

지방에서 잘나가는 중견 기업을 운영하는
김모(63)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받기위해 서울에 올라와
잘나간다는 한 종합병원을 찾아가 종합검진 상담을 받았다.

VVIP 검진비용은 1500만원. 상담을 받은 김씨는 깜짝 놀라며 혀를 내둘렀다.


이처럼 각 종합병원 마다 노년에 좀 여유가 있다는 사람들이 벤츠를 타고 병원에 찾아와 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버금가는 병실에서 비싼 검진을 받으며 부를 과시하고 있다.

◇호화 건강진단 실태=내로라 하는 종합 병원마다 프리미엄 검진 상품을 계속 쏟아내는 이유는 부와 명예를 확보한 일부 부유층들이 다음 단계로 건강하게 올해 살려는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더욱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프리미엄 검진을 받는 부유층은 프리미엄 진단을 마치
건강에 대한 일종의 투자로 여긴다. 프리미엄 건강검진은
일반 건강검진과 달리 전담 의사와 간호사를 배치하고 특급호텔 스위스트 수준의 룸에서 2∼3박에 걸쳐 이뤄진다.

또 검진은 1회에 그치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지속적으로 건강관리를 해주는 서비스까지 제공된다. 검사 비용은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1800만원대 까지다.

프리미엄 건강검진은 2003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가 처음 선보인 이래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좀 이름이 있다는 병원에서는 모두 운영하고 있다.

병원측에 따르면 프리미엄 검진을 받는 사람들은 40∼60대의 대기업 임원 및 최고경영인, 전문직 종사자 및 그 배우자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의 평균 수입은 월 2000만원 이상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운영하기 시작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의 프리미엄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두산 창업자인 고 박두병 회장의 4남 박용현 두산 회장(전 서울의대 교수)의 아이디어로 설립 됐다.

하루에 검진을 받는 인원도 4∼6명으로 제한해 서비스의 질을 관리한다. 또 CT, MRI, 퓨전 PET(암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에 방사선 표시자를 주입해 그 물질에 암을 모이게 해서 미세한 암과 잠복기 암을 발견하는 검사)등 고가의 최신 정밀장비들을 갖추고 있으며
서울대 의대 교수급 의사 31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가격은 400만원대다. 1년 동안 건강검진을 해주는 파트너스 프리미엄 건강 검진의 경우 비용은 1800만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년간 담당 코디네이터를 정해 집중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암 조기진단’을 병원의 대표상품으로 특화시키고 있다.

병실과 응접실 등 방 2개로 구성된 21평 규모의 특급병실에서
2박3일 또는 3박4일 동안 건강검진을 받는다. 비용은 500만∼600만원이다. CEO 건강검진은 1000만∼1500만원 수준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제공하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은 병원 내 특실이 아니라 건강검진 이용 고객만을 위해 별도로 프리미엄 전용 병실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검진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하루에 최대 3∼4명의 고객만 받는다고 한다. 병원측 관계자는 “특실에는 벽걸이TV, 욕실은 물론 미니바, 조리시설까지 갖춰져 있으며 비용은 1박2일에 남자 380만원, 여자 399만원이며, PET 검사 등이 추가된 2박3일 프로그램 비용은 남자 635만원, 여자 670만원”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이처럼 고가 호화 진료가 과연 돈값을 하느냐에 있다.

◇고가 진료 효과는 회의적=이 같은 다양한 검진 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사람들은 더 혼란에 빠지고 있다. 의료비 상승을 부추긴다는 빈축도 사고 있다. 나에게 진짜 필요한 검진은 어떤 것일까. 검진의 효과는 반드시 가격에 비례할까. 어떤 검진에 투자해야 건강을 지키는데 최대의 이득을 가져올까.

서민들의 경우 검진비용으로 이만한 돈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같은 호화 진단을 받은 당사자들은 효과를 100% 신뢰하고 있다. S 병원에서 프리미엄급 건강검진을 예약해 놓은
김복만(65)씨는 “뚜렷한 증세가 없을 때 질병을 찾아내기란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하나를 찾아내는 것과 비슷하다”면서도 “어차피 건강검진의 목적이 질병의 조기 진단으로 의료비를 절감하는 것인만큼 값이 좀 비싸도 정밀검진을 받는 게 효과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검사기계도 중요하지만 검사결과를 판독하는 의료진의 질적 수준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가격대만큼의 효용성을 지녔느냐는 것이다.

검진 기관마다 항목이 다르겠지만 기본 종합검진은 대개 신체 계측(신장, 체중, 체지방), 심폐기능, 대소변, 일반 피검사, 위장 질환, 복부 초음파, 부인과, 종양표지자, 영양평가 등이 포함된다.

가장 기본이랄 수 있는 검진 프로그램이 일반 종합병원에서는 3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반면, 프리미엄 병원이라고 알려진 곳에서는 기본적인 검진 프로그램만 해도 두 배나 고액인 50만∼60만원대부터 시작한다. 또 스트레스 평가, 뇌 MRI와 암 검진의 경우 복부, 가슴, 머리 등에
방사선, CT, PET, 초음파, 내시경, MRI 또는 MRA 등을 두루 포함시킨 패키지는
검진비용만 700여 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검진의 내용에는 큰 차가 없다. 건강검진비용의 차이는 진료의 수나 질의 차이보다 시설 유지 및 서비스 비용에 따른 차이로 볼 수 있다.

대학 병원의 한 관계자는 “비싼 종합검진은 병원에 갈 시간을 좀처럼 내기 힘들 정도로 바쁜 사람들에게 일괄적 검사를 제공한다는 편의성이 돋보이지만 획일적이고 불필요한 검사들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필요한 검진으로 과도하게 방사선을 쏘이게 되면 생명을 오히려 단축시킬 수 있고 건강 염려증을 일으키는 등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본인의 연령과 질병 경력 등을 파악해 필요한 검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의가 도움을 주는 검진이 훨씬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이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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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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