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 40기 일부 돌아보니… 개선돼야 할 점 숙제로 남아

조선왕릉 40기 일부 돌아보니… 개선돼야 할 점 숙제로 남아

기사승인 2009-06-28 18:11:00

[쿠키 문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27일 등재된 조선왕릉 40기는 한 왕조의 무덤이라는 차원을 넘어 세계문화관광 유적지로 거듭나게 됐다는 점에서 경사다. 조선왕릉 40기 대부분이 수려한 자연경관과 함께 잘 관리·보전돼 왔기 때문에 해외 관광객 유치 등에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경기도 일원에 있는 동구릉 홍유릉 서오릉과 서울 도심에 위치한 선릉·헌릉 등 대표적인 왕릉을 돌아보았다.

조선왕릉은 경복궁을 중심으로 참배의 거리, 방위, 도로와의 관계, 주변 산세와 국방 경계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10리(4㎞) 밖 100리(40㎞)의 원을 그리는 형태로 조성됐다. 또한 녹지보전을 왕릉 숲으로 보전하고 수시로 녹화를 실시해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 근간이 됐다. 이는 광릉수목원 홍릉수목원 등 숲을 형성하는 역사적 배경이 되기도 했다.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 동구릉은 28일 휴일을 맞아 관람객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동구릉에는 태조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현릉(문종·현덕왕후) 목릉(선조·의인왕후·인목왕후) 휘릉(인조계비 장열왕후) 숭릉(현종·명성왕후) 혜릉(경종비 단의왕후) 원릉(영조·정순왕후) 수릉(문조·신정왕후) 경릉(헌종·효현왕후·효정왕후) 등 9개의 능이 있다.

관람객이 먼저 찾는 곳은 건원릉. 조선을 건국한 주인공의 왕릉이기 때문에 숲으로 이뤄진 산책로 등이 깔끔하게 조성됐다. 이곳에서 내려다본 동구릉은 조선 500년 영광과 비운의 역사가 서려 있는 듯했다. 건원릉의 봉분에는 태종 이방원이 아버지의 넋을 달래기 위해 함흥에서 옮겨왔다는 억새가 수북하게 자라고 있다. 그러나 이 봉분의 일반 관람은 제한돼 아쉬웠다.

동구릉의 볼거리는 주산 배경숲 홍살문 정자각 등 묘역 외에도 9개의 능을 관람하는 도로가 쾌적한 자연환경과 함께 잘 조성돼 있다는 점이다. 숲이 워낙 울창하게 우거져 밤이 되면 부엉이 올빼미 멧돼지 등 동물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다고 관리소 측은 말했다. 하지만 서울과 접근성이 다소 떨어지는 데다 왕릉 주변이 음식점 등으로 유흥가를 방불케 한다는 점은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서울 삼성동 선릉(성종·정현왕후)은 도심 가운데 있는 능이어서 젊은 연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다른 왕릉이 홍살문 정자각 능이 일직선 형태인데 반해 선릉은 능 오른 편에 홍살문과 정자각이 위치하고 있다. 능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낮은 담을 쳐놨는데 선릉의 홍살문은 철조망 바로 앞에 있기 때문에 훼손이 우려되기도 했다.

밤 9시까지 관람객을 받는 이곳은 고요한 경치와 달리 주변이 오피스 건물과 주택으로 둘러싸이고 차소리가 끊이지 않아 소음이 많은 편이었다. 특히 남쪽으로는 담장 밖으로 술집과 모텔이 보이기도 했다. 선릉을 지나 20분 정도 걷다보면 정릉(중종)이 나온다. 입간판에 중종의 영어 표기가 ‘Jungjong’으로 쓰여 있는데 테이프를 살짝 벗겨내니 ‘Jeongjong’으로 돼 있었다.

서울 내곡동 헌릉(태종·원경왕후)은 고요한 휴식공간이라는 느낌을 주는 왕릉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쌍릉으로 병풍석의 규모와 확트인 전경 등이 왕릉의 위엄을 보여준다. 개성에 묻히길 원했던 태조의 왕릉은 동구릉에 모시고 태조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무덤은 정릉에 따로 안치한 태종의 권력에 대한 야심과 인간적인 고민 등을 엿보게 한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인릉(순조·순원왕후)은 공사 중이었다. 관리소 측은 “고건축물 일부 부재가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비각 지붕에서 물이 새 보수공사 중”이라고 밝혔다. 헌릉 안에 있는 양석과 호석은 일부가 노후돼 시멘트 등으로 얼룩덜룩 땜질한 모습이었다. 선릉과 달리 돗자리를 들고 온 가족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금곡동 홍릉(고종·명성황후)은 고종이 1897년 연호를 광무라 하고 대한제국을 수립해 황제에 올랐기 때문에 황제릉으로 분류된다. 기존의 정자각 대신 정면 5칸, 측면 4칸의 일자형 건물인 침전이 세워지고, 문·무인석과 석수들이 침전 앞에 서 있다. 높이는 1∼2m 정도로 황제의 능 석물로는 왜소해 보였다.

홍릉 비각에는 ‘대한고종태황제홍릉 명성태황후부좌’라고 적혀 있었다. 이 비각을 세운 능참봉 고영근은 1903년 명성황후 시해사건의 방조범인 우범선을 일본 히로시마까지 찾아가 목에 비수를 꽂은 인물이다. 옆 유릉(순종·순명황후·순정황후)과 함께 이곳에는 관람객이 거의 없는 탓인지 CCTV와 화재 예방 적외선 감시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았다.

경기도 고양시 용두동 서오릉에는 경릉(소혜왕후) 창릉(예종·안순왕후) 명릉(숙종·인현왕후·인원왕후) 익릉(숙종비 인경왕후) 홍릉(영조비 정성왕후)과 대빈묘(장희빈) 등 비운의 삶을 살다간 인물들의 무덤이 있다. 왕릉 뒤쪽에 조성된 소나무 숲 산책길이 호젓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 입구 역시 요란한 간판의 음식점들이 들어서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무색케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광형 선임기자, 김준엽·박유리 기자,사진= 홍해인 기자
ghlee@kmib.co.kr
이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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