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국 ‘최고지도자 vs 前 대통령’ 대리전 양상

이란 정국 ‘최고지도자 vs 前 대통령’ 대리전 양상

기사승인 2009-06-28 16:29:00
[쿠키 지구촌] 부정선거 의혹에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현 정치체제에 대한 개혁 움직임으로 확대되면서 이란 정국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아크바르 하셰미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의 대리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그동안 반정부 시위는 대통령선거에서 패한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와 재선에 성공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대결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정국은 절대권력 하메네이와 개혁파의 구심점으로 떠오른 라프산자니의 대결로 압축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8일 보도했다.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거리시위에서 핵심 지도부간의 본격적인 권력투쟁으로 성격이 변했다는 의미다.


라프산자니는 이슬람 최고성직자 회의와 국가임시조정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이란 정계의 실력자. 이슬람 최고 성직자회의는 이란 최고지도자를 교체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국가임시조정위원회는 이란 의회와 헌법수호위원회의 갈등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라프산자니는 이란 최고 지도자를 선출하는 86명의 전문가위원회 위원들에게 하메네이의 권력 제한을 요구했으며, 만약 이 요구가 관철된다면 이란 신정체제에서 획기적인 권력 이동이 예상된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아랍권 신문 알 샤르크 알 아우사트는 “라프산자니는 하메네이가 군통수권을 보유하지 않은 채 체제만을 감독하는 식으로 권력을 축소해야 한다고 의원들에게 요구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란 정치전문가는 “비록 라프산자니가 이란에서 대중적인 정치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는 대선 무효화를 위한 유일한 희망이며, 최고지도자에게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란 의회 의원 절반가량이 아마디네자드 재선 축하 모임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메네이의 경고와 바시지 민병대의 강경진압으로 시위 동력은 많이 약화됐다. 이란 정부는 학생과 교수, 언론인 등 230여명을 체포했다. 그러나 시위대의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이들은 사망자를 추도하는 검정색 옷을 입고 자동차 전조등을 켜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대학생 소하일(22)은 “검정색 옷을 입는 것은 정부에 대한 분노의 표시이자 재선거를 요구하는 뜻”이라고 말했다. 미나(45)는 “정부가 TV채널 문자메시지 인터넷까지 검열하고 있기 때문에 내 의견을 알리는 길은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전하는 것 밖에 없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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