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버리고 마스크 벗은 북아일랜드 무장세력

총 버리고 마스크 벗은 북아일랜드 무장세력

기사승인 2009-06-28 17:01:01
[쿠키 지구촌] 북아일랜드의 영국 잔류 여부를 놓고 수십 년간 지속된 신·구교도간 유혈분쟁이 27일(현지시간) 평화 정착을 향한 마지막 걸음을 내디뎠다. 두 개의 신교도 준군사조직이 구교도 무장해제 4년만에 무기를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무장해제한 신교도=신교도 준군사조직 얼스터의용군(UVF) 대변인이 조직 설립 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은 채 정장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무장해제를 선언하기 위해서다. UVF 대변인은 “투쟁은 끝이 났다. 평화와 민주주의가 보장되고 무장저항의 필요성이 사라짐에 따라 무기를 내려놓는다”며 “국제무장해제위원회(IICD) 감시하에 무기는 완전히 사용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얼스터방위군(UDA)도 무기고 폐쇄에 들어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UVF와 UDA는 10여개 신교계 준군사조직 가운데 핵심을 이루는 양대 조직으로, 지금까지 가톨릭교도 1000여명을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중 1966년 조직된 UVF는 74년 더블린 폭탄테러(33명 사망) 등 530여명의 구교도들을 살해, 한때 ‘샨킬(수도 벨파스트의 지역명)의 도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션 우드워드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신교 계열의 진보통일당(PUP) 돈 퍼비스 당수도 “전쟁은 끝났다”며 환영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전진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폭력이 아니라 평화 및 화해라는 걸 보여줬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북아일랜드 주민들은 “(신교도들이) 너무 늦게 너무 조금 내놓았다”며 냉소적 반응을 보였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왜 이제서야?=영국의 일부로 남으려는 다수 신교도와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소수 구교도의 무장투쟁이 종식된 것은 벌써 15년 전 일이다. 1995년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휴전 선언과 잇따른 굿프라이데이협정 체결(98년) 이후 양측간 내전은 사실상 끝이 났다. 그러나 2005년 IRA가 국제감시 하에 무기를 반납한 뒤에도 신교도 무장단체들은 4년 넘게 무장해제를 거부해왔다.

구교도의 위협이 여전하다는 게 명목상 이유였다. 실제로 양측간 폭력은 최근까지 계속돼왔다. 지난 3월 구교도측이 북아일랜드 경찰과 군인 등 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지난달에는 4명 자녀를 둔 가톨릭계 노동자가 신교도들로 보이는 용의자들의 구타로 사망했다.

그러나 산발적 폭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무장해제를 거부한 진짜 이유는 내부 이전투구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교도 무장조직들은 마약거래와 고리대금업, 담배 밀매 등에 손을 대면서 마피아처럼 영역 다툼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신교도들이 축재를 위한 범죄행위에 깊이 발을 담그고 있었던 것이 협상 지연의 진짜 이유”라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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