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노사갈등은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다. 기업들은 해마다 노사관계 비용으로 거액을 지출하고, 해외 투자자나 외국계 기업은 ‘위협적 노조’를 한국 투자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는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온 나라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올해도 쌍용차, 현대·기아차 등 곳곳에서 노사관계의 파열음이 들린다.
지금의 노사관계는 강성 노조 문제 뿐아니라 후진적 노무관리 시스템, 열악한 노동환경 등이 결합된 결과다. 그러나 ‘통제 받지 않는’ 노조전임자들이 지위 유지 혹은 획득을 위해 정치 게임을 벌이고, 투쟁적 노사관계 형성을 조장하고 있는 영향 역시 크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하위 수준의 노사관계 생산성=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지난 5월 발표한 ‘2009 세계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의 노사관계 생산성은 조사대상 57개국 중 56위로 간신히 꼴찌를 면했다. 국가경쟁력은 지난해보다 4단계 상승하며 2005년의 순위(27위)를 회복했고, 기업 효율성은 지난해 36위에서 올해 29위로 7계단 상승했지만 노사관계는 그대로였다. 벌써 7년째 꼴찌 주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IMD의 경쟁력 순위가 절대적 잣대는 아니지만, 해외에서의 부정적 이미지 형성에 직결된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2007년 노동부 용역 보고서에서 한국의 연간 노사관계비용(2005년 기준)을 2조8544여어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노사관계비용이란 사용자가 노조와의 ‘관계’에서 부담하는 모든 비용을 의미한다. 기업이 연간 단체교섭에 지급하는 비용은 657여억원, 노조 쟁의행위에 따른 직접 생산차질액은 1조2900억원으로 조사됐다.
◇권력화된 대기업 노조 전임자=노조전임자가 특권화·권력화되다 보니 전임자 집단에 속하기 위해 노조 내 계파를 형성하고 노사관계를 대립적으로 몰고 간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대기업의 문제지만 이들 대기업이 전체 노동계를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실제 사측의 전임자 급여 지원 및 전임자 규모 확대 등은 노조 투쟁의 전리품 성격이 강했다.
지난해 장기파업 사업장 29곳의 핵심 쟁점을 보면 임금 인상이 전체 52%를 차지했고, 노조전임자 인정 등 노조활동 보장이 26.1%였다. 자동차부품업체 신라정밀은 직원 246명 중 56명이 노조를 만든 뒤 “노조전임자 2명을 인정해달라”며 파업을 벌이다 부분 직장폐쇄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대차의 경우 연간 137억원 정도를 전임자 임금으로 지불하는데, 노조 적립급 누계는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사용자들은 “투쟁 동력을 높이는데 회사가 돈을 대주는 꼴”이라고 토로한다.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논란과 노사 상생을 위한 대안=노동계는 지난 13년간 유예돼 온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규정 시행을 이번에도 막아내겠다는 입장이다. 임금 미지급은 곧 노사관계의 주도권이 사측으로 넘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산별노조나 양대 노총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각 노조가 걷는 조합비가 전임자 임금 보전에 대부분 사용되면 상위 노동단체에 건넬 분담금이 줄게 되고, ‘실탄’이 부족해진 상급 노조의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관련법 조항 자체를 없애거나 노사간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조의 자주적 활동을 위해서라도 전임자 임금은 노조 스스로 부담해야 한다는 사용자측 주장도 일리가 있다. 미국, 일본뿐아니라 유럽의 사례를 봐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전임자 급여를 회사가 대부분 부담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전임자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근로자 고충처리·교섭 등을 위한 노조 활동 시간에 한해 회사가 임금을 지원하는 근로시간 면제 방식(타임오프)을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사용자단체는 타임오프제가 전임자 급여 지원을 제도적으로 묵인하거나 양성화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대기업 노조의 인식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노조 활동이 정치 운동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활동으로서의 노조활동으로는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며 이는 ‘권력형 노조’라는 오명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이와 함께 일부 대기업 노조가 보여준 도덕적 해이를 차단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뭔데 그래◀ 예비군 동원훈련 연장 적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