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외주제작사 PD가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를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 6차례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각 시·도교육청이 2004년부터 EBS 측에 시험 하루 전에 문제지를 제공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 EBS 전·현직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BS는 문제 해설방송 사전제작을 위해 각 시·도교육청으로부터 관례적으로 문제지를 받아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3월11일 실시된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를 사전 유출한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로 EBS의 외주제작사 PD 윤모(44)씨, 서울 대치동 K학원 원장 김모(35)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경찰은 EBS,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등을 소환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윤씨는 시험 전날인 3월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문제를 통째로 넘겨받은 뒤 조카인 김씨에게 유출했다. 김씨는 이 가운데 하나당 문제 3∼4개가 달린 2·3학년 언어영역 문제를 약간만 변형시켜 학원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어 학원생 150여명에게 문제를 풀어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은 윤씨가 지난 2∼3년 동안 6차례 문제지를 유출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다. 또 경찰은 EBS가 2004년부터 시험 전날 오후 2시쯤 연합학력평가를 주관하는 시·도교육청으로부터 문답지와 CD를 받았다는 것을 추가로 포착해 윤씨 외에 다른 직원들도 문제지를 유출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국연합학력평가는 전국 고등학교 1∼3학년생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시험이다. 연간 4∼6차례 시행된다. 시험 문제는 매번 전국 시·도교육청에서 돌아가면서 출제한다. 2004년부터 올해까지는 서울시·인천시·경기도교육청 등이 주관했다.
공적기관에서 내는 시험문제의 정보가 새나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김포외고 입시에서 시험 문제가 사전에 학원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3월에는 문제 출제 교사와 학원 강사가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를 빼돌리기도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사교육 과열 심리를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학원들과 관련 기관의 허술한 관리 때문”이라며 “문제 유출에 따른 처벌이나 징계가 약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문제 출제, 인쇄 및 배포 과정의 보안을 강화하고 사전에 문제를 제공할지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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