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취임한 주강수 한국가스공사(KOGAS) 사장의 경영 방침이다. 그는 같은해 12월 ‘세계와 협력하며 국민과 함께하는 KOGAS’란 신(新)경영방침을 공표했다. ‘사업·사람·제도·문화의 글로벌화’가 핵심이다. 이후 가스공사는 ‘한국의 가즈프롬’을 목표로 숨가쁘게 변화와 개혁의 길을 달려왔다.
◇KOGAS는 혁신 중=가스공사는 지난해 3조5000억원의 미수금을 떠안았다. 가스 도입 가격(원료비)은 급격히 상승하는데 가스요금은 올리지 못해 생긴 불가피한 손실이었다. 공기업의 숙명이기도 하다. 때문에 주 사장은 우선 경영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국민 불신을 해소하는 일도 조직의 내부 경쟁력 제고에서 출발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었다.
가스공사는 상위직인 경영임원제도를 폐지하고 조직슬림화를 시행했다. 7본부(원) 4실 10보좌역 15사업소를 4본부 17처(실) 12사업소로 개편했다. 3개의 처가 신설된 대신 본부 3개와 사업소 3곳이 빠졌다. 동시에 자원개발→도입→생산→공급으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에 따라 핵심사업 위주로 조직을 리모델링했다. 예전의 기획, 지원 위주에서 자원본부를 핵심으로 한 사업 중심 조직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가스공사는 또 2012년까지 현 인원의 10.7%에 달하는 305명을 줄이고, 4개 출자회사의 지분도 정리 또는 매각키로 했다.
이와 함께 1983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팀장급 직위공모제를 시행, 2급 팀장 4명과 3급 팀장 2명을 발탁했다. 승진심사에서 다면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인사관리의 공정성도 높였다. 강도 높은 개혁 방안이 나온 직후 노사갈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지만, 지난 3월 가스공사 노사는 ‘경영효율화 태스크포스(TF)’를 공동 구성해 논의키로 합의했다. 주 사장은 “공기업의 존재 이유인 국민을 어떻게 잘 섬기느냐를 놓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한 기간”이라고 평했다.
◇에너지 독립 이끈다=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 출신인 주 사장은 자원개발 전문가답게 해외자원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07년 1%에 그쳤던 가스 자주개발률을 2017년에는 25%(850만t)까지 높여 과거의 단순 유통회사 구조를 완전히 탈피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생산성은 현재보다 100% 향상, 해외수익 비중은 60%로 늘린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호주 러시아 동티모르 등에서의 가스개발·액화사업은 물론 멕시코 태국 중국 등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 건설·운영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나아가 천연가스 장기확보 3대 비전도 내놨다. 2015∼2017년에 러시아산 가스 도입, 2030∼2040년 ‘불타는 얼음’으로 불리는 동해 가스하이드레이트 상용화, 2040∼2060년 북극가스 개발 등이다. 러시아산 가스도입과 관련, 이미 지난해 9월 러시아 가즈프롬과 2015∼2017년부터 연간 최소 750만t을 도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에너지 복지국가의 꿈=국내 천연가스 미 공급지역에 대한 가스 보급 확대도 핵심사업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천연가스 공급 확대 대상지역을 당초 34개에서 42개 지역으로 늘리는 방안을 확정, 현재 추진 중이다. 2013년까지 모두 1조2280억 원을 투자, 1003㎞의 배관을 추가 건설해 전국 40개 시·군, 430만 가구에 천연가스를 추가로 공급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전국 동시 배관건설 공사를 시작한다. 이와함께 강원도 삼척 지역에 제4 천연가스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제주도에도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초소형 LNG 선박을 도입할 예정이다.
주 사장은 ‘사회투자’도 강조한다. 가스공사 만의 사회공헌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혁신의 일환이라는 판단에서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전국 1만1000여개 사회복지시설의 가스요금 중 29억원을 할인해 줬다. 또 지난해 11월부터는 본사 및 사업소 주변 지역의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백내장 수술비를 지원하고 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에너지 복지국가 실현이라는 존립 목적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한 가스공사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