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모토텍의 김석경(49) 사장은 7일 임직원과 그 가족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거리를 주지 못하는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자책과 사과였다. 그는 "정상 조업의 날이 올 때까지 참고 버텨보자"고 당부했다.
김 사장과 직원, 가족 등 80여명은 오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쌍용차 불법 점거파업 규탄대회에 참석했다. 이후 점심을 먹기 위해 국밥집에 모였지만, 밥은 잘 넘어가지 않았다. 몇몇 직원의 아내들은 "쌍용차 협력업체라는 이유로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차량 전자제어 장치를 생산하는 모토텍은 지난 1일부터 경기도 시흥 시화공단에 있는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생산 물품의 90%를 쌍용차에 납품하는 처지에서 원청업체의 장기간 파업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전면 휴업은 1990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300억원에 달했던 회사 매출은 올 상반기 20억∼30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특히 쌍용차의 차량 생산 '0'을 기록한 지난달에는 5000만원 매출에 그쳤다.
지난해 180명 정도였던 직원은 쌍용차 경영 위기와 함께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현재 80여명만 남았다.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빌린 자금과 김 사장 사재를 턴 돈으로 직원 임금은 근근이 지급했지만, 오는 10일 월급날에는 지난달치 임금이 나가지 못할 것 같다.
김 사장은 47일째 옥쇄파업을 벌이고 있는 쌍용차 노조에 분노를 드러냈다. 그는 "노조원 900명이 고용보장을 주장하며 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사이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계속해서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도 직원 50% 이상을 줄이지 않았다면 도산했을 것"이라며 "쌍용차 역시 구조조정이 안되면 100% 파산"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지금의 쌍용차는 사와 노의 문제를 벗어나 외부 세력이 주도하는 대정부 싸움터가 됐다"며 "그들은 남의 재산을 무단 점거하고 있는 현행범이자 범죄자"라고 비난했다.
쌍용차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면 모토텍도 1∼2개월을 버티기 힘들다.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은 기대할 수도 없다. 전날 거래은행 2곳의 지점장이 회사를 찾아왔지만 대출 상담이 아니라 모토텍이 빌려간 돈의 이자를 제때 갚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김 사장은 차량 전장부품 위주의 업종을 변경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직원들을 해외로 보내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의료기기, IT 등 사업에 응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도록 했다. 그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표현했다.
김 사장은 "요즘처럼 한국에서 사업하는 게 싫었던 적이 없다"며 "쌍용차가 가동을 재개하고 우리도 정상화되면 중국이든 베트남이든 노조가 없거나, 정상적인 노조가 활동하는 곳으로 회사를 옮기고 싶다"고 했다. 또 "쌍용차뿐 아니라 거래선을 다양화했으면 지금 같은 위기도 없었을 것"이라며 "모든 게 경영진 책임이고, 직원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한숨 쉬었다.
한편 이유일 쌍용차 공동관리인은 "노조원들의 장기 점거파업이 향후 현금 흐름과 기업 가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분석해보라는 법원의 권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기업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재평가하기에 앞서 실시하는 사전 단계인 셈이다. 경기도 평택경찰서는 이날 쌍용차 평택공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공권력 투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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