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쿠키 연예팀에서는 매주 가요, 영화, 드라마 등 연예가 핫이슈 및 키워드를 분석하는 시간을 갖는다. 7월에는 2009년 상반기를 장식한 가요, 영화, 드라마, 방송 등의 동향을 살펴본다. 이번 주에는 2009년 상반기 영화계를 돌아본다.
역대 최고 상반기 매출
일단 한국의 영화시장 ‘파이’는 다시 커졌다. 관객 7217만 명, 매출액 4768억 원.
최고의 호황을 누렸던 2006년 상반기와 비교할 때, 7739만 명의 기록에는 500만 가량 부족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는 3년 전 4737억 원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역대 최고 상반기 매출을 자랑하며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영화 선전…관객 23.8%, 매출 25.4% 증가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09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영화시장 규모의 확대 뒤에는 한국영화의 선전이 있다. 외화 대비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은 지난해 37.2%에서 44.7%로 7.5%포인트 증가했다. 관객 수는 지난해 2606만 명보다 23.8% 늘어 3226만 명을 기록했고, 매출액도 지난해 1708억 원보다 25.4% 늘어 2142억 원을 올렸다.
2008년 이월작 ‘과속스캔들’(384만)과 ‘쌍화점’(329만)이 기분 좋게 2009년을 열었고,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 소리’가 292만 명의 사랑을 받으며 비수기 2월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후속 주자가 목말랐던 4월, 한국형 코믹 스파이 액션을 선보인 ‘7급 공무원’이 403만 명으로 바통을 이어갔다. ‘감독의 이름으로’ 관객을 만난 두 작품, ‘박쥐’와 ‘마더’도 200만 이상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이 자신과 스태프, 배우들의 온갖 탤런트를 동원해 강렬하고도 자극적으로 만들어낸 뱀파이어 로맨스 ‘박쥐’(221만)보다 봉준호 감독이 모든 제작진의 솜씨를 오롯이 연출의 통제권 아래 두고 빚어낸 조용한 스릴러 ‘마더’(292만)가 더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적 골계미와 해학적 웃음이 빛난 ‘거북이 달린다’(203만)는 개봉 3주차 거대 기계 로봇에 치여 200만 고지를 넘어선 뒤 걸음이 더뎌졌다.
헐리웃 영화, 여전히 한국 영화시장의 ‘최강자’
한국영화가 2009년 상반기 기지개를 폈다면 미국 영화의 관객점유율은 지난해 54.4%에서 9.3%포인트 하락, 45.1%를 나타냈다. 그러나 호조의 상승세를 보인 한국영화의 점유율 44.7%를 웃도는 수치로, 헐리웃 영화가 여전히 한국 영화시장의 최강자임을 확인시킨다.
국내 영화시장의 파이가 커졌지만, 건강한 성장은 아니다. 1, 2위를 달리고 있는 헐리웃 블록버스터와 한국영화가 90%에 가까운 89.8%의 독과점적 점유율을 나타냈다. 그나마 영국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흥행으로 3위에 오른 유럽영화가 4.9%, ‘적벽대전: 최후의 결전’의 선전으로 4위가 된 중국이 4.1%의 관객점유율을 보였을 뿐이다. 일본이 1.2%로 그 뒤를 이었고, 이들을 제외한 국가의 점유율은 너무나 미미한 실정이다.
하반기가 걱정이다…헐리웃의 공습은 이제 시작일 뿐
하반기가 걱정이다. 한국 44.7% 대 미국 45.1%. 1%포인트도 되지 않는 차이를 근거로 잿빛 전망을 제기하려는 게 아니다. 상반기 국내 영화시장에서 미국이 선두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블록버스터 단 두 편의 활약 결과라 볼 수 있다. 미국은 개봉 주 57.2%의 관객점유율을 기록한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 78.9%를 기록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으로 한국 영화시장을 쥐락펴락했다. 게다가 상반기 흥행 성적표에 포함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337만은 개봉 후 7일치 성적에 불과하다. 단 7일치 성적으로 전체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하고 미국영화의 1위 수성에 크게 일조할 정도로 막강한 헐리웃 블록버스터의 티켓 파워가 하반기 영화시장 판도에 대한 우려를 키운다.
위에 언급했다시피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개봉 주말의 관객 점유율은 78.9%였다. 6월 마지막 주말 극장을 찾은 100명 중 79명이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을 봤고, 나머지 63편의 상영작이 21명의 관객을 나눠 가진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체 스크린의 절반이 넘는 1,129개(2008년 12월 31일 기준 전국 스크린 수 2,081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이후 스크린 점유율 절반을 넘긴 영화는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가 유일하다. 물론 관객 점유율(78.9%)이 스크린 점유율(54.3%)을 넘어서니 스크린 독점을 흥행 요인으로 간주할 수는 없다.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의 대공습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미 개봉 2주차 520만을 돌파하며 무섭게 날고 있고, 하반기 한국 내 미국영화의 성적표에 ‘파란불’을 켤 것이다.
하반기가 걱정되는 이유는 더 있다. 1분기에는 박스오피스 1위작의 관객 점유율이 40% 이하로 나타났지만 4월부터는 40% 이상 분포가 많다. 흥행 이변이 많았던 1분기에는 여러 영화가 시장을 골고루 나눠가졌다면, 2분기부터는 피 튀기는 전쟁, 즉 승자독식의 시즌이 돌아왔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월별 관객점유율을 보면 그 전쟁에서 한국영화보다는 헐리웃 블록버스터가 이 같은 흥행 생태계에서 우생종임을 자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영화는 경쟁 전인 2월에 관객점유율 50.1%로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고, 전쟁이 무르익은 6월에는 36.3%로 내려앉았다. 이러한 추세는 대형 블록버스터가 각광 받는 여름방학, 추석연휴가 포진해 있는 하반기에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언제나 희망은 있다. 보릿고개를 넘으며 될 성 부르지 않은 한국영화에는 투자가 끊겼고 적자생존의 필터에 의해 누런 떡잎들은 많이 걸러졌다. 반가운 것은 흥행만을 노린 상업적 기획영화나 노출에 기댄 영화가 성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이 진열대에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관객이 사랑한 영화 ‘과속스캔들’과 ‘7급 공무원’이 나왔고, 스타 감독의 초심적 열정과 관록이 배어난 ‘쌍화점’ ‘마더’ ‘박쥐’가 탄생했다. 잠시나마 경제고를 잊게 해주는 영화들도 반가웠는데 ‘김씨 표류기’와 ‘거북이 달린다’는 한국적 웃음의 깊이를 더해가며 관객과 함께 했다. ‘그림자살인’ ‘핸드폰’ ‘작전’처럼 새로운 스토리에 긴장미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도 한국영화의 다양화에 한몫 했다.
2009년 상반기를 논하면서 독립영화의 약진을 빼놓을 수 없다.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는 1억 원대의 저예산으로 제작돼 단 20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는데, 190억 원의 극장 매출을 올려 기념비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 배우 겸 감독 양익준의 리얼한 변두리 영화 ‘똥파리’(12만), 신인 노영석 감독이 지인들과 함께 제작비 1천만 원 정도로 만든 ‘낮술’(2만4천)도 주목받았다. 홍상수 감독의 아홉 번째 장편 ‘잘 알지도 못 하면서’는 홍 감독 특유의 냉소적 웃음을 줄이고 한결 따뜻하게 관객에게 다가선 작품으로 3만 7천여 관객의 사랑을 받았다.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으며 등급심의의 공정성 논란을 일으킨 ‘반두비’까지, 상반기 관객을 찾아온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독립영화는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편견을 깼다는 것. 많은 관객이 독립영화와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하반기 ‘도전’은 계속된다
하반기에도 다양한 장르의 한국적 도전들이 계속된다. 역도를 소재로, 감동과 웃음을 무기로 한 스포츠 영화 ‘킹콩을 들다’가 흥행 전선에 나섰고 다섯 감독의 에로스적 상상 ‘오감도’,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등 스타들이 대거 출동한 한국형 재난 영화 ‘해운대’, 스키점프 선수로 변신한 하정우를 만날 수 있는 ‘국가대표’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영화사 아침의 고 정승혜 대표가 남긴 유작 ‘불신지옥’, 최강희 김영애를 통해 엄마와 딸의 관계를 다룬 ‘애자’, 형부와 처제의 위험한 동거를 그린 박찬욱 감독의 ‘파주’,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300여 명을 적군으로 오인해 학살한 노근리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은 연못’, 여자 교도소의 합창단을 소재로 나문희 김윤진이 주연을 맡은 ‘하모니’, 연기파 조재현을 내세워 사형 교도관의 애환을 보여줄 ‘집행자’도 신선한 소재로 기대감을 키운다.
스타배우들도 하반기를 뜨겁게 장식한다. 먼저 송강호는 강동원과 장훈 감독의 ‘의형제’로 만난다. 국정원에서 쫓겨난 한규(송강호 분)와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공작원 지원(강동원 분)의 특별한 인연을 그린다. 강동원은 또 김윤석, 임수정, 유해진과 함께 ‘전우치’로도 관객을 만난다. 이야기꾼 최동훈 감독의 신작으로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판타지 영화다. ‘너는 내 운명’의 박진표 감독이 선사하는 진한 멜로 ‘내 사랑 내 곁에’에서는 김명민과 하지원의 하모니를 확인할 수 있다. 전도연 황정민 커플을 능가하는 순애보를 보여줄 지 주목된다. 새 신부 송윤아의 ‘세이빙 마이 와이프’는 달콤한 멜로가 아니다.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된 형사의 아내 역을 맡았고, 냉철한 카리스마를 가진 형사 역의 차승원과 대결 구도를 펼친다.
외화의 메뉴판도 만만찮다
외화의 관객 흡인력도 만만찮다. 먼저 미국 영화로는 조니 뎁과 크리스찬 베일을 내세운 마이클 만 감독의 ‘퍼블릭 에너미’가 제목부터 한국영화 ‘공공의 적’을 연상시켜 친근감을 더한다. 조니 뎁의 냉혈적 변신이 관객의 눈을 붙든다. 이병헌의 헐리웃 데뷔작으로 채닝 테이텀이 주연을 맡은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 크리스포터 월츠에게 2009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긴 영화이자 쿠엔틴 타란티노와 브래드 피트가 만난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 ‘오션스 일레븐’의 스티븐 소더버그와 맷 데이먼이 다시 만난 ‘인포먼트’도 단연 기대감을 돋운다.
프랑스 영화로는 히스 레저의 유작으로 주드 로와 공연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나탈리 포트만의 감독 데뷔작으로 올랜드 볼룸을 비롯해 샤이아 라보프, 안톤 옐친, 줄리 크리스티 등 유명배우들이 즐비하게 나오는 옴니버스영화 ‘뉴욕, 아이 러브 유’가 눈길을 끈다. 포트만과 더불어 일본의 이와이 순지 감독도 연출에 참여했으며, 감독 데뷔를 노렸던 스칼렛 요한슨이 통 편집되는 굴욕을 겪어 화제가 되기도 한 영화다. 인도의 최대 영화제 ‘페어 윈 필름 페어’에서 11개 부문을 휩쓴 ‘블랙’도 기대작이다.
한국영화의 ‘풍년’ 기대
2009년 상반기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한 상황에서, 하반기 국내외 할 것 없이 화려한 메뉴의 영화들이 관객을 기다리니 즐거운 일이다. 예고된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의 흥행에 발맞춰 관람요금도 인상됐으니 영화시장의 호주머니도 넉넉해질 확률이 높아졌다. 관객의 즐거움, 영화산업의 호황이 ‘남의 떡’이 아니라 ‘한국영화의 풍년’으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홍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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