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외신 통제법?… 기자 200명에 인터넷 선 20개

중국식 외신 통제법?… 기자 200명에 인터넷 선 20개

기사승인 2009-07-12 16:31:00
"
[쿠키 지구촌] 대규모 유혈시위가 발생한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시내 하이더호텔 3층에 자리한 프레스센터는 지난 1주일간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유혈사태가 발생한 다음날인 6일부터 베이징 한국특파원들을 비롯한 외신기자 200여명이 대거 몰려들었다. 수시로 상황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취재경쟁도 불을 뿜었지만 더 치열한 경쟁은 프레스센터 안에서 이뤄졌다.

누가 먼저 자리를 잡고 인터넷 선을 확보하느냐가 최대 관건이었다. 우루무치에서 인터넷이 되는 곳은 30여㎡쯤 되는 이곳 프레스센터가 유일했고, 인터넷 선 역시 20여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매일 새벽 3∼4시부터 프레스센터에서는 인터넷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조금만 늦으면 자리를 잡을 수 없어 아예 프레스센터에서 잠을 청하는 기자들도 있었다. 잠깐 자리를 뜬 사이 빼앗길 것을 우려해 자신의 컴퓨터에 인터넷 선을 연결한 뒤 테이프로 고정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현장을 취재하고 온 사이 다른 기자가 자리를 차지해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도 자주 목격됐다.

워낙 스케일이 커, 뭐든 크게 만드는 중국 정부가 시내 다른 곳은 물론 외신기자들의 호텔 방 컴퓨터까지 철저히 통제하고 그 많은 기자들을 이 좁은 공간에 몰아넣은 이유는 뭘까. 이렇게 해야 외신들을 조금이라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일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과거와 달리 이번 경우 종종 외신기자들을 계획된 취재현장으로 인도했다. 그러면서도 위험하다는 이유로 위구르인 집단 거주지역 깊숙이 취재하는 것은 철저히 막았다.

반면 위구르인들은 외신기자들을 만나 차별과 탄압을 호소하고 싶어했다. 지난 7일 위구르인들의 폭력성을 홍보하기 위해 중국 당국이 외신들에게 공개한 다완난루에서 탱크와 총으로 무장한 경찰병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목숨을 걸고 뛰쳐나와 시위를 벌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정부가 이번에 제한적이지만 현장을 공개한 것은 외신들의 접근 자체를 봉쇄했던 지난해 3월 티베트 유혈시위 당시에 비하면 그나마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나 CCTV 등 관영매체들의 주장처럼 이번에 유혈시위를 일으킨 위구르인들이 극악무도한 폭도들이었다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베이징=국민일보 쿠키뉴스 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

▶뭔데 그래◀ 알몸 뉴스 국내 상륙,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
오종석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