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효과 얼마나 될까=EU는 27개국으로 구성돼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게 184억 달러의 무역흑자를 가져다 준 제2 수출시장이기도 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05년 ‘한·EU FTA의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에서 최종 발효시 국내 GDP는 단기적으로 2.02%(15조원), 장기적으로 3.08%(24조원) 오르고, 수출 규모도 단기 2.62%(65억 달러), 장기 4.47%(110억 달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KIEP 최낙균 선임연구위원은 “한·EU의 경우 한·미 FTA보다 이해 상충이 적고 EU의 경제통합 속도가 빨라 우리에게 동구권 진출 등 기회요인이 많다”고 말했다. KIEP는 양대 FTA가 동시 발효될 경우 우리나라 GDP는 물론 고용도 각각 10만7000명, 55만명씩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가전 타이어 수혜 예상=FTA 협상은 기본적으로 관세 등 수입장벽을 낮추거나 없애는 절차다. 발효시 소비자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되지만 생산자의 희비는 경쟁력에 따라 갈린다. 경우에 따라 국내산업의 존립기반도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수혜와 피해가 동시에 발생하는 산업도 있다. 국내에선 자동차산업이 대표적이다.
유럽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1600∼2000cc급 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 수출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소형차 생산국가에서 이번 FTA 체결을 반대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독일 등 중대형 자동차의 국내 판매가격이 내려가면 중대형차 시장에서 고급화를 시도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동차 부품 가운데 타이어 제조업도 고급타이어를 제외한 범용 타이어 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녀 수혜산업으로 꼽힌다. 이미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TV, 냉장고 등 가전업계도 유럽시장에서 선전이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쯤 발효되면 중국과 박빙의 수출 경합관계에 있는 품목은 수혜대상이 될 수 있다”며 “2∼3% 관세 인하가 당장 첫해에 이뤄져 가격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물과 서비스산업 ‘먹구름’=유럽산 냉동 삽겹살의 수입 급증으로 양돈업계의 피해도 예상된다. 국내 수요를 뒤쫓지 못하는 물량 공급을 위해 이미 벨기에 네델란드 덴마크 등지로부터 수입되고 있는 물량에 관세가 없어지면 더욱 싼값에 수입량이 급증할 수 있어서다. 기술과 품질에서 앞선 유럽산 낙농제품 유입도 5∼7년여간 유예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와인 등 농·수·축산물, 식품 부문에서 지리적 표시 보호에 대한 합의도 당장 영향은 없지만 향후 상당한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프랑크 소세지’, ‘스카치 위스키’. ‘샴페인’ 등 익숙한 상품명을 쓰지 못하게 될 경우 향후 신상품을 시장에 인식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크게 밀리는 화장품과 의약품은 절대적 열위에 놓여 있다. KIEP 김흥종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은 “안전장치가 많아 시간적으로 여유는 있지만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미국보다 크다”며 “한·미보다 우리 실생활에 더 영향을 미치는 품목들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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