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지구촌] 10년간 두 개의 심장으로 살아 온 16살 소녀에게 기적이 일어났다. 두 살 때 이식 받은 심장을 떼어내고 원래 자기 심장을 다시 작동시키는 수술이 성공한 것이다. 수술 후 3년 6개월이 지난 이 ‘기적의 소녀’ 이야기는 영국 의학저널 란셋 최신호에 실렸고, 언론에도 처음으로 얼굴을 공개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 보도했다.
영국 남서부 웨일스의 카디프에 사는 한나 클라크(사진)는 태어나면서부터 희귀 심장질환을 앓았다. 두 살 때 심장이 배로 커지면서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증상이 심해졌고, 고작 12시간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의료진은 5개월 된 아기의 심장을 이식해 클라크의 심장에 접목시켰다. 그리고 원래 심장은 작동을 멈추게 했다.
‘임시 심장’으로 10년 6개월을 버텼던 클라크는 12살 때 다시 한 번 위기를 맞았다. 이식된 장기가 몸에서 거부반응을 일으켰고, 이를 막기 위해 복용한 약이 희귀 암을 일으켰다.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의료진은 이식 심장을 제거하는 대신 원래 심장을 작동하게 하는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영국에서 이런 수술은 처음이었다. 모험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클라크는 수술 후 3년여가 흐른 지금 또래아이처럼 뛰고, 쇼핑하고, 개와 산책도 한다.
클라크 케이스는 영국 의학 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성공 사례로 꼽힌다. 수술에 참여한 런던 헤어필드병원 심장전문의 마그디 야곱은 “클라크의 수술 이전에는 누구도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뛸 수 있다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나온 클라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냐”는 질문에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를 대신해 엄마가 답했다. “내일은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오늘의 삶을 사랑할 뿐이지요. 매일 아침 웃으면서 눈을 뜹니다.” 감격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엄마가 다시 말했다.“한나가 어떨 때는 새벽 3시까지 잠들지 않고 있기도 해요. 얼마나 에너지가 넘치는지. 그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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