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철도’로 일컬어지던 한국철도공사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국민철도’로 대대적인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최상의 철도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경영 목표다.
외무고시 출신으로 경찰 총수를 지낸 허준영 사장은 취임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을 ‘허 철도’라고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철도 발전에 온 몸을 던지겠다는 각오라는 것이다. 그가 목표하는 철도는 세계 1등 철도다.
철도공사는 ‘국민철도’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점차 수요가 늘고 있는 KTX 막차 운행 시간을 연장했다. 주말부부를 위해 부산발 월요일 KTX를 신설했다. 여객운송 약관도 고객 중심으로 대거 손질했다.
이뿐만 아니다. 웰빙열차 ‘누리로’를 개발,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각 지자체와 머리를 맞대고 각종 테마 열차를 개발했다. 와인 인삼열차, 팔도장터 농심체험열차, 자전거 전용 테마열차, 제주크루즈열차 등이 그 예이다. 전국 31개 무인역에 명예역장을 선발, 대학총장과 신문기자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호응을 얻었다. 명예역장제는 철도의 저변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철도공사는 허 사장 취임 이후 공사 출범 이래 최대 규모의 인사혁신을 단행했다. 혈연과 지연, 학연을 배제하고 능력과 업무 중심의 인사를 실시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사장급은 45%, 팀장급은 53%를 교체하거나 보직을 이동시켰다. 공기업 중에는 최대 규모인 5115명의 정원 감축 계획을 확정했다. 2급 이상 간부의 임금반납과 임금피크제, 연가 사용 촉진제 등을 도입했다.
9개 계열사는 5개로 단순화했다. 구성원들의 반발을 무릅쓴 혁신이었다. 적자를 줄이고 최고 철도로 가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공사 측은 설명한다. 수천억원대의 영업적자를 201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고 2012년 흑자 전환한다는 목표다.
철도공사는 ‘크레이지 마케팅’을 도입했다. 철도청 시절부터 잔존해온 낡은 공무원적 사고를 버리는 대신 ‘미쳐야 살아 남는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생각을 바꾸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세로 다양한 신상품 개발과 신규고객 창출에 나서자는 마케팅 기법이다.
철도공사는 세계 1등 철도를 실천하기 위해 공사 내외 전문가들로 경영기획단을 구성, 오는 8월 초 미래 청사진을 발표할 예정이다.
철도공사는 우리나라 교통문화를 ‘자동차 중심’에서 ‘철도 중심’으로 바꿀 계획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저탄소 녹색성장를 완성시키기 위해서 철도 중심의 교통문화가 최우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철도는 녹색성장을 위한 최적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철도는 자동차보다 비용이 13배 가량 저렴하다. 이산화탄소도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게 배출하는 친환경 운송수단이다. 철도 수송 확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게 세계적 추세다.
철도공사는 철도의 여객수송 분담률을 2∼3년 안에 7.8%에서 2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현재 6.2%밖에 되지 않는 화물 수송 분담률도 선진국의 60%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15%까지는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다.
철도사업의 해외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공사는 지난 5월 대륙철도의 요충지인 카자흐스탄과 포괄적 철도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자흐스탄은 막대한 천연자원 국가로 실크로드 재현과 자원 확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이기도 하다.
허 사장은 “친환경 미래 교통수단인 철도를 책임지는 자리에서 일하게 돼 무한한 자부심과 함께 책임감을 느낀다”며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세계 1등 국민철도를 만드는데 온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대전=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