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IT] 한국과 미국의 주요 사이트들을 마비시킨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인 ‘7·7 대란’ 이후 보안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인간의 뇌’도 해킹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의 보안 전문가인 타다요시 코노, 요키 마츠오카 박사와 타마라 데닝 연구원은 최근 의학잡지 ‘뉴로서지컬 포커스’ 7월호에 게재된 ‘신경 디바이스에서의 보안과 사생활(security and privacy for neural devices)’이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경 디바이스란 인간의 신체에 주입해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기를 의미한다.
이들에 따르면 신경 디바이스 분야는 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하며 적용 분야 역시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보안 기술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의족 또는 파킨슨병, 근긴장이상증 등 뇌신경계 질환 치료에 이용되는 뇌심부자극기(Deep Brain Stimulator) 등의 의료기기들이 해킹 당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신경 디바이스 분야의 발전은 IT기술과의 융합을 의미하며, 이는 곧 무선 통신 기술을 이용한 원격 제어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즉, 무선 통신 과정에서 암호화나 접속 제한같은 강력한 보안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해킹을 통해 기기에 대한 제어를 공격자에게 빼앗기고 뇌와 같은 신체의 중요 부분을 조종 당하거나 허위 진단, 건강 이상 등 다양한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타다요시 코노 박사는 미국 IT 전문매체 ‘와이어드’를 통해 “우리가 신경 디바이스의 보안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5년∼10년 후에 아주 큰 실수를 했다고 깨닫게 될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타다요시 코노 박사는 이 같은 주장을 하며‘신경보안(neurosecurity)’라는 신조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물론 지나친 두려움 조장은 인간 삶의 질에 획기적 향상을 가져다 줄 여러 기기들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위스콘신 대학 저스틴 윌리엄스 박사는 와이어드를 통해 현재의 신경 디바이스들은 해킹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미래에 예상되는 위협들에 대한 두려움이 기술 발전에 방해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종류의 보안 이슈는 기술 발전과 함께 엄격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뇌심부 자극술 전문가인 분당 차병원 신경외과 허륭 교수도 “현재의 뇌심부 자극기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전극을 조절하긴 하지만 네트워크와 연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킹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타다요시 코노 박사는 “현재의 신경 디바이스들에서 보안위협은 거의 없다”며 “아직 ‘과학적 픽션’의 수준이지만 인간이 달에 가는 것 역시 50년 전에는 픽션이었다”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 정관진 선임연구원은 “여기서는 뇌를 예로 들었지만 무선통신 및 기타 IT 기술이 융합한 곳에서는 다양한 위협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보안위협 요소를 사전에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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