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 동행 취재기…“문제되는 거 없잖아요?”

‘키스방’ 동행 취재기…“문제되는 거 없잖아요?”

기사승인 2009-07-17 20:08:00

[쿠키 사회] “전에 일하던 ‘대딸방’보다 벌이는 적지만 일이 깨끗해서 옮겼어요. 여기는 문제되는 거 없지 않아요?”

앳된 얼굴의 김모(22·여)씨가 순진한 표정으로 물었다. 16일 밤 여성부 소속 여성폭력방지 중앙점검단(이하 점검단)이 지역 경찰의 도움으로 서울 성수동 ‘키스방’을 불시 단속한 현장에서였다.

식당가 골목 평범한 건물 지하에 간판도 없었다. 3인용 소파가 놓인 밀실이 6개, 침대방이 1개인 이 곳에 들어갔을 때 20대 여종업원과 40대 남성 손님 3쌍이 밀실에 있었다. 여종업원들은 “손님들이 (자위행위를) 할 때 도와줄 뿐”이라고 주장했고 남성들도 같은 말을 반복했다. 카운터를 보던 20대 남성은 “뭐가 불법이냐”라고 큰소리쳤다. 이들은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30분(4만원)이나 1시간(7만원) 여종업원과 ‘키스와 가슴 등 상체 터치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생으로 등록금을 버는 중이라는 종업원 유모(24·여)씨는 “밖에서 만나자거거나 다른 데처럼 서비스해 달라는 요구가 있지만 들어준 적은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곳은 유사성행위 동영상이 경찰에 제보돼 단속에 나섰지만, 일반적으로는 증거확보가 어렵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키스방은 몇 년 전 등장한 뒤 지난해부터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 경기도 일산과 서울 구로동, 논현동에 밀집해 있지만 간판 없이 인터넷 예약 영업을 해 주택가 곳곳에까지 퍼지고 있다. 문제는 키스방이 사업자등록만으로 열 수 있는 자유업종이어서 합법적이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대상도 아니다. 한 때 유행한 ‘대딸방’은 유사성행위로 처벌할 수 있지만 키스방은 성매매 또는 유사성행위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다.


경남도청 고영호 사무관은 “여성들이 쉽게 생각하고 발을 들였다 성매매로 빠지는 통로가 될 수 있고 방학에는 청소년이 유입될 수 있겠다”고 우려했다. 여성부 노영희씨는 “이 자체로 엄연히 성적 행위 매매인데 단속 근거가 없다니 문제”라고 지적했다.


점검단은 법적 사각지대에 있는 성산업 및 성폭력과 관련한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기구다. 검사와 경찰, 여성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총 10명이 파견돼 있다. 단장 홍종희 검사는 “변종 성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처벌 성매매 개념을 확대하고 행정처분 규정을 갖춘 특별법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지만 해석의 모호함 때문에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상태”라며 “명확하고 합리적인 규제 방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현장을 집중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황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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